[사설] ‘보은인사’로 국민의 기대 저버린 검찰

입력 2012-07-15 22:42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검찰 승진인사가 보은인사로 끝났다. 김진모 서울고검 검사가 ‘검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자에 포함돼 부산지검 1차장검사로 임명된 것이다. 김 차장검사는 2009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4개월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이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시기다.

김 차장검사는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5월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구속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그를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했다. 그런데도 김 차장검사가 동기 중 선두주자로 검사장에 승진한 것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강력하게 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권이 바뀌면 승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검찰 내부의 반대조차 무릅쓰고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는 재수사까지 거쳤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거세다. 재수사를 맡았던 특별수사팀은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권 장관을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했다. 그런 권 장관이 이번에는 내부여론까지 무시하며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먼저 국회에 출석해야 할 김 차장검사를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는 대통령에게 충성한 ‘법무법인 청와대’에 대한 성과급 정산”이라는 야당의원의 말을 검찰은 되새겨야 한다.

검찰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권력이다. 정치적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관이고, 스스로 이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결정적인 순간에 정권의 눈치를 보며 고도의 정치적 결정을 내놓곤 했다. 그 중심에 인사권이 있다. 지난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한상대 검찰총장은 특정대학 출신을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에 앉혀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최근 검찰이 발표한 주요 정치적 사건의 결과를 보면 이 같은 비난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권 장관이 청와대 출신이 우대받는 보은인사, 정실인사를 통해 임기 말 정권비리 수사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전문분야와 경력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는 법무부의 발표는 인사 때마다 나오는 판에 박은 미사여구가 됐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통해 개별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들을 장악하고 있는 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외부인사의 실질적인 감시가 이뤄질 수 있는 검찰인사위원회 등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 불가피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