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경기침체 도미노 현상
입력 2012-07-15 18:40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상저하고(上低下高)’에서 ‘상저하저(上低下低)’로 바뀌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5% 포인트 낮춘 3.0%로 조정했다. 전날 한은은 “경기침체에 대비한 선제적 결정”이라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췄다. 아예 내놓고 경기침체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1차적인 원인은 글로벌 경기침체 탓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도무지 수습될 기미도 없이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면서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도미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7.6%를 기록, 3년 만에 8%를 밑돌았다.
중국경제를 견인해온 세 축인 수출·소비·투자가 다 위축된 탓이다. 한꺼번에 성장의 세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발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시장의 위축은 고스란히 수출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중국 수출은 이미 작년 동기대비 -1.2%를 기록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수출은 1.7% 포인트, 성장률은 0.4% 포인트 각각 하락한다. 또 연구원은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7억 달러 흑자를 기록, 비교적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보였으나 수출입이 동시에 하락하는 가운데 나타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수출이 특정 품목 및 지역에 집중돼 있다. 올 상반기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수출을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209억 달러이고, 수출지역으로 중국·홍콩을 제외하면 마찬가지로 무역수지는 -200억 달러에 이른다. 가뜩이나 중국의존도가 높은 수출구조에서 대중국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어 경기전망이 나쁠 수밖에 없다.
수출둔화로 소비·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 증가율을 종전 2.8%에서 2.2%로, 설비투자 증가율을 6.2%에서 5.8%로 하향 조정했다. 벌써부터 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돌고,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5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4조원을 밑돌 만큼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통화당국이 금리인하와 국공채 매입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시중 자금 회전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청된다. 무엇보다 지나친 위기의식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은 글로벌 경제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투자를 이어가야 하며 개인들도 기준금리 인하를 이자부담 감소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부채 조율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 또한 재정건전성 확보만을 외치기보다 중소기업 자금 사정 관리를 비롯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