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 정권 도덕성에 결정타 안긴 부속실장

입력 2012-07-15 18:36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했다. 그가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다고 언론이 보도하고 나서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수뢰 액수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15년간 이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1997년 이 대통령의 초선의원 때 비서관이 된 김 실장은 서울시장 의전비서관, 대선캠프 일정담당 팀장을 거쳐 2008년 2월부터 청와대 1부속실장으로 근무해 왔다. 이 대통령의 심중을 그만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일정과 면담 등을 조율하고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도 보좌하는 막중한 자리로, 정치권에서는 ‘문고리 권력자’로 불린다. 정·관계 인사들도 그의 눈치를 살피거나 줄을 대려고 한다.

김 실장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됨으로써 현 정권의 청렴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비롯해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되는 것을 보는 국민은 자괴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 검은돈을 받지 않은 권력층 인사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김 실장은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뢰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고위층 인사들이 사건 초기에 앵무새처럼 되뇌는 말을 한 것이다. 도대체 돈을 받지 않았는데 무슨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김 실장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장학로 제1부속실장은 수뢰혐의로 징역형을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양길승 제1부속실장은 나이트클럽 사장의 향응을 받은 이유로 사임했다. 오는 18대 대선 당선자는 능력 있고 청렴한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이들의 일탈을 방지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