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하루에 민간인 200명 학살

입력 2012-07-14 01:05

시리아 사태 발발 이후 최악의 학살극이 벌어졌다.

중부 지역의 반군 근거지인 하마 지역에서 시리아 정부군에 희생당한 이들의 영상이 13일(현지시간) 이 지역 인권 운동가들에 의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동영상은 피투성이인 남성 15명의 시신이 흰 담요가 깔린 콘크리트 바닥 위에 놓여 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어 정부군 탱크가 한적한 시골마을 한복판을 무차별 포격한다. 한 청년이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의 시신을 붉은 담요로 감싸안고 흐느끼며 “신이시여, 아버지를 일으켜주소서”라고 호소하는 장면도 있다. 모두 평상복을 입은 평범한 시민의 모습이다.

또 다른 동영상에선 주민들이 포격을 피해 긴급히 마을을 빠져나가고, 눈에 흰 붕대를 감은 청년이 누워서 도움을 호소한다.

운동가들은 이곳이 하마 인근 농촌마을인 타람셰이고, 12일 하루동안 정부군의 탱크와 헬기가 포탄을 퍼붓고 정부 민병대 샤비하군이 들어와 민간인 200여명 이상을 무차별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지난 16개월 사이 최악의 참상이다.

반군을 색출하겠다며 공격에 나선 정부군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했고, 시신을 불태우거나 길거리에 버려두기도 했다고 현지 활동가들이 서방 언론에 전했다. 타람셰 마을 거주자인 라이스 알 함위는 “모든 도로가 막혀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길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타람셰 학살 사태가 알려지면서 이날 저녁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마스쿠스 시내의 벽이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낙서로 뒤덮였고, 시장에서는 친정부파 상인들마저 가게를 닫고 파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특사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가 극악무도한 일(atrocities)을 저질렀다”며 “충격적이다. 소름이 끼쳤다. 유엔의 평화 요청을 명백히 무시한 폭력 사태”라고 규탄했다. 유엔은 시리아평화유지군을 타람셰 지역에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알 아사드 정권이 매일 점점 통제력을 잃어가는 징조”라고 말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러시아와 서방이 제시한 시리아 결의안 초안을 논의하기 위해 첫 회의를 가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시리아 정부가 열흘 안에 무력 사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엔헌장에 따라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강력히 반대했다. 안보리는 20일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시리아에서 망명한 고위급 인사들은 속속 반군에 가담하고 있다. 터키로 망명한 나와프 알 파레스 전 이라크 주재 대사는 아사드와 맞서 싸우기 위해 반군에 가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알 아사드에게는 어떠한 설득도 경고도 먹히지 않는다. 오직 힘으로 그를 내쫓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을 시리아인들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터키로 망명한 마나프 틀라스 준장도 시리아 반군 인사와 접촉하고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프랑스 외무부가 발표했다. 틀라스 준장은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