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꽂힌 여자! 여자! 여자!… 야구 女心을 훔치다
입력 2012-07-13 19:18
지난 8일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 이날 관객들로 거의 찬 스탠드는 여성 관객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남편이나 남자 친구와 함께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여성들끼리 온 경우도 제법 많았다. 이들 여성 관객들 가운데 골수팬들은 경기 시작 전에 일찌감치 입장해 그물망 바로 뒤에서 좋아하는 선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LG 박용택의 유니폼을 입은 안정미(34·서울 혜화동)씨는 “야구는 요즘 우리 세대가 좋아하는 뮤지컬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면서 “야구 좋아하는 친구들과 1주일에 1∼2번 정도 구장에 오는 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했다.
여성 관객들에게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자 상당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야구 월드컵)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한국 대표팀의 멋진 플레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2009년 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성 관객들은 야구 룰을 잘 모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대부분 잘 알았다. 두산 이용찬의 팬이라는 최정은(28·서울 후암동)씨는 “야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면서 “경기 내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최씨의 경우 1주일에 3∼4회 정도 야구장에 들르는데, 가끔 2군 경기도 보러 갈 정도로 야구광이기도 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목표 관객은 사상 첫 700만명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지난해보다 52경기나 빠른 역대 최소 경기 4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면서 700만 명을 넘어 꿈의 800만명 돌파까지 가능해졌다. 이 같은 프로야구의 폭발적인 인기의 주역이 바로 이런 여성 팬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스포츠마케팅 전문연구조사기관 SMS에 의뢰해 10월 한 달 동안 국내 5개 구장을 찾은 고등학생 이상의 관객 1054명을 조사한 결과 39.2%가 여성이었다. 그리고 티켓예매사이트인 티켓링크의 2010년 남녀 프로야구 입장권 예매 비율은 각각 52.2%와 4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수치는 프로야구 전체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 관객의 비율이 40%를 넘어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스포츠를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시대가 끝난 지 오래긴 하지만 최근 여성들의 스포츠 사랑은 눈에 띈다. 특히 야구에 대한 사랑은 다른 종목과 비교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과거 남편이나 남자 친구 등 주변에 의해 따라가던 데서 시작된 야구 관람은 점차 재미를 느끼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수많은 여성들의 중요한 취미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야구를 국민 스포츠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