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악화일로] 伊마저… 구제금융·유로존 탈퇴 우려
입력 2012-07-14 01:01
구제금융 도미노 현상이 그리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마저 쓰러뜨릴 것인가. 세계 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무디스가 ‘정크 등급(투자부적격 단계)’보다 2등급 윗단계로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끌어내렸다. 13일 이탈리아 정부가 국채 발행 금리를 낮추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다음 구제금융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불이 붙었다.
◇국채 금리 낮아졌지만=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이날은 국채 발행일이었다. 새벽부터 전해진 악재에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7%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국내총생산(GDP)보다 공공부채가 큰 국가의 경우, 금리가 7%를 넘으면 이자를 못 갚아 갈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구제금융 신청 당시 그리스(6.8%), 아일랜드(8.1%), 포르투갈(8.6%)도 모두 7%를 넘었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GDP의 120% 선이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뛰어올랐다. 10년 만기 국채의 거래 금리는 전날보다 0.11% 포인트 올라 한때 6.02%까지 상승했다. 밀라노 증시에선 주가도 추락했다.
이날 이탈리아가 신규 발행할 국채 규모는 모두 52억5000만 유로(약 7조4000억원)였다. 다행히 국채 금리는 지난달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3년 만기 국채 35억 유로어치가 4.65%의 금리에 팔렸다. 지난달엔 5.3%였다. 스피로국가전략컨설팅의 키콜라스 스피로 대표는 “이탈리아의 신용 불안은 이미 금리에 반영돼 있었다”며 “이탈리아 국내 은행들이 국채 입찰에 뛰어들면서 금리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은 유효하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탈리아 경제의 부담은 공공부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나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내년 126.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1.9%, 내년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존 사용 17개국) 이탈 가능성이 그리스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글로벌 통화 책임자 데이비드 우는 “유로존에서 빠져나갈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분석해 보니 이탈리아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유리한 입장이었다”며 “경쟁력 경제성장 재정균형 등이 모두 개선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내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과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 붕괴 위험은 높아진다.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했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1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지난 두 달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며 정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달 전쯤 워싱턴경제클럽 만찬에서 밝힌 낙관론을 뒤집은 것이다. 유럽 경기에 대해서도 “최근 6주간 아주 빠른 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명확한 답이 없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 시장에서 낙관론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