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파문’ 후폭풍…의원들 3시간 우왕좌왕, 朴 4부 발언 후 상황 종료
입력 2012-07-13 21:59
4분. 혼돈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을 수습국면으로 돌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 시간이다.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역풍을 맞은 지 사흘 만이다.
◇박심(朴心)은 어디에? 우왕좌왕=새누리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 전 위원장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한 결론을 내렸다. 황우여 대표는 단상에 올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한구 원내대표를 무조건 끌어오겠다”고 했고, 의원들은 박수로 추인했다.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여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며 긴박한 오전을 보냈다.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오전 7시30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머리를 맞댔지만 의견이 갈리면서 이 원내대표와 정 의원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의 ‘작심 발언’ 직전에 시작된 오전 의총에서도 중구난방 발언이 쏟아졌다. 한 당직자는 “친박근혜계 의원들끼리도 다른 말을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 경선 캠프의 비서실장을 맡은 이학재 의원이 의총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박 전 위원장이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고 발언 내용을 묻고, 수첩에 적어가기도 했다.
오후 1시30분에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 내용과 같은 수준의 합의를 했고 오후에 속개된 의총에서 알렸다. 점심식사를 하며 박 전 위원장의 ‘지침’을 알게 된 의원들은 잠잠했다. 오후 의총은 오전 의총(2시간30분)과 달리 30분 만에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1인 사당화 논란=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파문은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내홍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의총에서 정 의원의 즉각 탈당을 촉구하며 부결을 주도한 쇄신파를 몰아붙였다. 충청권 초선 의원은 “(정 의원이) 쇄신을 한다고 떠들어놓고 부정을 저지른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친이명박계 의원은 “정 의원이 결자해지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박 진영의 ‘박근혜 1인 사당화’ 공격도 격화될 전망이다. 핵심 당직자는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져 정 의원을 살려놓고 이제 와서 출당시켜야 한다고 한다”며 “다들 박 전 위원장 눈치만 보느라 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박 전 위원장의 말 한 마디로 당의 공식 기구가 무력화되고 입장이 돌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당이 유신체제로 회귀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 원내대표는 누구?=차기 원내대표 후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선의 이주영 의원은 친박 성향의 중립으로 분류된다. 정책위의장으로서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박 전 원장과 호흡을 맞췄다. 다만 박 전 위원장 경선 캠프의 선거대책부위원장 겸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게 부담이다. 유승민 의원 이름도 나온다. 경제학자 출신 정책통으로 판세분석과 전략수립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3선이지만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정치적 무게감도 갖췄고 개혁 성향이 강하다. 이밖에 정병국 원유철 정갑윤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5선의 남경필 의원을 추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앞장서면서 가능성이 없어졌다. 친이계 좌장이었던 5선의 이재오 의원을 당 화합 차원에서 밀자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