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제학] 돈보다 브랜드 효과… 적자라고? 천만에

입력 2012-07-13 20:56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모기업인 야쿠르트의 사장 스즈키 다다시는 이런 말을 했다. “야구단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저 야쿠르트를 만드는 회사였을 것이다”라고….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에 프로야구단은 어떤 의미일까.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만 해도 기업들은 군사정권에 의해 ‘등 떠밀려’ 야구단을 시작했고, 1990년 이후 그라운드에 뛰어든 그룹들은 수익과는 관계없이 다른 이유로 구단을 인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에 야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는 “야구단은 수익구조를 떠나서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종의 공익을 위한 사회환원 차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눈앞의 손익을 따지면 야구단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크게 보면 야구단 운영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 교수는 “당장 구단의 매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에는 장기적으로 이미지 개선, 인지도 상승, 브랜드 충성도 제고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케팅 수단으로서 프로야구의 매력은 충분하다. 최대 3만명 가까운 대규모 인원을 서너 시간 동안 한 장소에 모아두고 끊임없이 광고에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프로야구 외에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프로야구 경기가 생중계되는 곳이다. 야구장을 찾지 않는 안방 관중까지 흡수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는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했을 당시 KIA 타이거즈가 거둔 경제효과를 수량화해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KIA’라는 브랜드 노출 효과가 168억원, 구단의 가치 증대 88억원, 모기업인 기아차 가치 증대 25억원, 기아차 임직원들의 애사심과 자긍심 고취 효과가 38억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폰서 노출 520억원, 스폰서 가치증대 845억원 등을 더하면 KIA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발생한 경제효과는 무려 2022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프로야구 산업 전체의 경제 파급 효과를 따지면 숫자는 더 커진다. 지난해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프로야구 산업이 일으킨 경제효과는 1조18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장을 찾아온 관중들이 쓴 돈과 야구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의 홍보효과, 야구로 파생된 비즈니스 등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김종 한양대 교수는 “당시 연구 결과는 관중 637만명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지금 추세대로 올해 관중 수가 800만명을 넘길 경우 올해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60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