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이순신-② 롤 모델] 닮되 넘어서라
입력 2012-07-13 18:42
누군가를 닮고자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다. 롤 모델의 삶에서 목표하는 삶을 미리 경험할 수 있고,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청년이 되어 유배지를 찾아온 아들이 돌아갈 때 노자 대신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순(舜)임금을, 학문을 하려면 주공(周公)을,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도주(陶朱)와 의돈(?頓)을 닮으라”고 쓴 편지를 쥐어주었다.
닮고자 하는 중에는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고,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살아있는 사람은 직접 만나 배울 수도 있다. 고인을 선택한 경우에는 책을 통해 만나면 된다. 평범한 청년 이순신이 위대한 영웅이 되는 과정은 자신의 롤 모델을 닮고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그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롤 모델로 삼은 사람들이 나온다.
살아있는 사람으로는 어머니와 영의정 류성룡이다. 어머니는 전쟁터에 있다가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이 겨우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가려 할 때도 아들의 안녕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어머니답게 오히려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으라”고 했다. 류성룡은 변방의 하급 장교 이순신을 후원했다. 전쟁 직전에는 전라좌수사로 천거했다. 수시로 편지를 교환하면서 이순신의 수국(水國) 경영을 도왔다.
이순신은 책을 통해서도 롤 모델을 찾고 만났다. 국가경영의 진수를 보여준 태공망, 불태(不殆)의 지혜를 알려준 손자, 필사즉생(必死則生)의 힘을 알려준 오자,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지혜로 제나라를 구한 명장 전단, 시장(市場)의 중요성을 알려준 장군 이목과 병법가 위료자,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삶을 실천한 유방의 전략가 장량, 군량과 백성들의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국경에서 둔전(屯田)을 개척한 제갈공명과 한나라의 명장 조충국,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의심받고 쫓겨나면서도 한결같은 충성심으로 침략자들을 격퇴한 당나라의 명장 곽자의, 중국의 이순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무를 겸비하고 불패의 신화를 만들었던 송나라의 명장 악비 등이 그들이다.
이순신은 자신의 장점에 그들의 장점을 더했고, 그들의 단점을 자신에게서 찾아 덜어냈다. 롤 모델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순신처럼 롤 모델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지 모르지만, 비슷하게만 되어도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박종평(역사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