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우간다 공무원들-인터뷰] 손관호 전 총무처 차관 “지도자 잘 만나 풍요누려 국민 섬기기 부족”

입력 2012-07-13 18:34


“국제개발처(AID) 원조금 받아 미국 워싱턴으로 연수를 갔어요. ‘5·16혁명’ 나고 이듬해인 1962년이었죠. 김포공항이 막 생겼고 공항 가는 길이 포장도 안됐을 때였어요. 이틀 만에 미국 땅에 내리는데 도화지 크기만한 X-레이를 들고 검색 받았어요. 후진국 사람들이라 병 옮길 우려가 있다고 그런 거겠죠. 일본인은 그냥 통과시켜주더군요. 허허.”

손관호(81) 전 총무처 차관의 기억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무관으로 공직의 길을 시작한 그는 저개발국 지원프로그램 지원대상에 발탁돼 20여명과 ‘먼 미국 땅’으로 향했다.

“아메리칸대학에서 공공정책에 관한 교육을 받았어요. 우리에겐 ‘조직관리’ 등에 대한 개념도 없을 때죠. ‘슈퍼마켓’ ‘체인점’ ‘공공건물 1층 우체국 입주’ 등 처음 접하는 시스템이 많았죠. 우체통에 인 타운, 아웃 타운과 같은 분류 방식이 신기했어요.”

쿠데타 세력을 인정한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이 어찌됐건 우린 무엇이든지 배워 보릿고개를 벗어나야 했던 때였다.

“귀국한 뒤 ‘시내’ ‘시외’로 구분된 미국식 우체통을 서울역에 시범적으로 설치해 봤어요. 한데 실패했어요.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이죠. 그런 조국 현실이었어요.”

그는 “지금은 모두가 풍요로운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다행인 것은 발전과정에서 무리는 있었지만 좋은 지도자들을 만났다는 거예요. 후배 공직자에게 당연한 얘기라도 꼭 하고 싶어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정책수립을 하라고 말이죠.”

성남=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