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우간다 공무원들] 성주참외마을 왜 갔을까… “끝없는 가난, 그 지옥을 벗어나고 싶어…”

입력 2012-07-13 18:44


지난 6일 경북 성주 도흥참외정보화마을 등 남동부 지역의 농·산업 시설 등을 견학하던 아프리카 우간다 공무원 20명과 동행 투어를 했다. 이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초청으로 지난달 21일 입국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위탁연수 중이었다. 사무엘 이투(51) 지방행정부 인사과장과 19명의 군수 또는 부군수들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우리도 한국처럼 잘살고 싶다. 끝도 없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

도흥정보화참외마을을 찾았다. 찌는 듯한 더위였으나 “우간다 날씨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들은 한결 같이 “코리아 워터 멜론 베리굿!”이라며 시스템화된 생산, 포장, 배송 등에 감탄을 표했다. 우간다 땅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보다 비옥하다. 그럼에도 호구지책이 쉽지 않다. 로세라인 돈고(43·여) 키보가 군수가 반어법으로 말했다. “한국에 와서 제일 놀란 게 모두 부지런하다는 거예요. 어디를 다녀 봐도 한 사람도 놀지 않아요.”

연수생을 이끄는 지방행정연수원 신순녀(52) 국제교육팀장이 위로하듯 말했다. “우린 자원도 없고, 기후 조건도 열악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었다.”

그들처럼 가난한 시절을 경험한 우리는 그들의 열망을 외면할 수 없다. 외교적 잇속을 떠나 사마리아인을 대하는 인간 본연의 선의가 앞서기 때문이다. 돈이 사대(事大)의 기준인 세상에 1인 당 600만원씩 들여가며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투자’로 보고 먼 미래의 잇속을 챙긴다는 경제 논리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공생을 위한 ‘글로벌 마인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한국이란 땅에서 모두 청사진을 안고 귀국하는 걸까. 전날 포항 포스코 철강생산과정을 견학한 이들의 반응은 의외다.

“너무나 엄청나. 우리는 못할 거야.”

같은 한국인이라도 포스코 생산 설비 견학 후 입이 떡 벌어지는 마당에 생산력이라곤 전근대적 방식의 농사가 전부인 우간다의 지방 공무원이 받은 충격은 절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어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견학도 박탈감을 더했다.

다만 몇몇이 이렇게 말했다.

“저 사진처럼 이곳이 자그마한 어촌이었다고요? 그게 이렇게 엄청나게 변했단 말이죠….”

그 몇몇은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고, 자료를 챙겼다.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믿기지 않은 듯 ‘우리나라와 같이 한국이 정말 가난했었냐’며 재차 확인했다.

신순녀 팀장이 넌지시 말했다.

“저 몇몇 분들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더라고요. 개발도상국일수록 깨어있는 한 사람의 리더가 중요하잖아요. 비전을 담아가는 저분들이 우간다의 중요 인물이 되면서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을 실천하는 겁니다. 리더십이 문제죠.”

우간다는 아프리카 중동부 내륙국으로 한반도 1.1배의 면적에 인구는 3500만여명이다. 2010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00달러. 생산력의 80%가 농업에 치중되어 있다.

경북 구미의 한 대형쇼핑몰 뷔페에서 식사를 하면서 인솔자 이투에게 독재자 ‘이디 아민’과 이스라엘의 대테러작전 ‘엔테베공항 사건’으로 기억되는 우간다의 이미지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 우간다는 이디 아민과 같은 독재 정권이 없습니다. 민주적 선거에 의해 수립된 정권이 안정되게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왔고요. 리더를 중심으로 주변국과 평화를 유지하고 있죠.”

그 리더,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디 아민 세력이 물러간 뒤 26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고환율, 고실업률 그리고 대통령 측근의 석유탐사권을 둘러싼 뇌물 수수 혐의 등의 부패는 알리고 싶지 않은 현실인 듯했다.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과 우리 차이는 ‘개발 독재’의 실패와 성공이었다.

10일. 수원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수료식이 열렸다. 20여일간 ‘농촌개발 및 새마을운동’ 등의 강좌를 듣고, 포스코와 같은 최고의 시설과 부산 산동네와 같은 열악한 현장도 접한 그들. 대개는 추억이기 쉽다. 다만 단 한 사람만이라도, 위민(爲民)할 줄 아는 걸출한 리더가 나온다면 그걸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몫은 다한 거다.

◇후기: 수료식에서 그들은 연수원 교수와 관계자 등을 안고 울었다. 한국 사람의 깊은 정이 그들을 울린 것이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교육 받는 저개발국 연수자들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어 집단(?)으로 울지 않는다. 한데 중앙공무원교육원, 지방행정연수원 등에선 수료식 때마다 가슴 뭉클한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한국만 가면 ‘왜 이러는 걸까요’이다.

성주=글 전정희 선임기자, 사진 김태형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