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꽂힌 女心] ‘퀸스 데이’ ‘레이디 데이’… 경품 ‘펑펑’ 재미 ‘팡팡’
입력 2012-07-13 18:35
야구에 푹 빠진 여심(女心)을 사로잡기 위한 프로야구 구단들의 구애 경쟁이 뜨겁다. 2009년부터 시작된 여성 대상 이벤트는 이제 전 구단이 마케팅의 주요 계획으로 세울 정도다. 예전엔 경기장을 찾아온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면 이제는 여대생나 주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잠재적 여성고객까지 경기장으로 끌어 모으려 하고 있다. 결국 구단들은 더 많은 여성들을 야구장으로 찾아오게 해 관중 수를 늘리고, 경기장 매출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두산과 한화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12일 서울 잠실구장. 5회가 끝나자 다섯 명의 여성팬들이 응원단상에 올라와 ‘최고를 찾아라’라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 미션은 여성들이 각자 응원석에 앉아 있는 사람 중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사람을 찾아 데려오는 것. 여성들은 응원석을 헤집고 다니며 각자 몸무게가 많이 나가 보이는 사람을 데리고 왔다. 단상에 마련된 체중계로 몸무게를 잰 후 1위를 한 여성이 발표됐다. 이 여성에게는 여행용 트렁크가 주어졌다. 이어 경기가 끝난 후 경기 전에 응모권을 넣은 여성 중 5명을 선택해 여성들에 인기가 많은 두산 내야수 오재원과 더그아웃 앞에서 포토타임을 가지는 시간도 마련됐다. 두산이 펼치고 있는 ‘퀸스 데이’ 이벤트들이다.
두산 마케팅 김정균 부장은 “지난해 홈 관중 성비를 자체 조사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1대 49였다”면서 “이들은 또 유니폼 등 야구 용품 구매에도 남성들보다 훨씬 적극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프로야구 각 구단들은 최근 여심(女心)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9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여성 관중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을 모두 연고지로 하고 있는 두산의 ‘퀸스 데이’, LG의 ‘레이디 데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LG는 ‘레이디 데이’ 때 여성들의 체지방을 측정해줄 뿐 아니라 무료 네일아트 등을 제공하고 있다. LG의 ‘레이디 데이’가 있는 날에는 조인성 등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가 시구를 한다.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학교를 찾아가 야구 강연을 펼치는 구단도 있다. LG는 올 시즌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을 돌아다니며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라는 제목의 강좌를 개설했다. 야구 규칙과 주요 선수들, 잠실구장 시설 등을 소개할 뿐 아니라 야구장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패션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 올해 돌풍의 팀으로 떠오른 넥센도 직접 여자대학을 찾아가 이와 비슷한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넥센은 ‘야구 in Girl’이라는 이름으로 야규 규칙을 비롯한 ‘프로야구 100배 즐기기’ 등을 소개하면서 여대생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넥센은 또 홈구장이 아파트 단지가 많은 서울 목동에 있는 것에 착안, 홈구장 인근 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주부야구특공대’를 만들었다. 올해로 2기인 주부야구특공대는 주부들에게 야구 기본 규칙과 이론을 가르쳐주고 시구행사도 펼치고 있다.
SK도 지난해 손지환 코치의 강습으로 ‘여성 야구교실’을 열어 여성들에게 직접 야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도 인근지역 여자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야구 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는 올해가 올림픽의 해인 만큼 홈경기가 있는 날 중 하루를 잡아 ‘단상올림픽:여성’이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림보 경기를 펼쳐 승리한 여성들에게 경품을 주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