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강 오리알’ 세빛둥둥섬이 남긴 교훈
입력 2012-07-13 18:26
서울 반포대교 남단쪽 한강 위에 3개의 섬으로 만들어진 세빛둥둥섬은 복합수상문화공간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었던 당시 오세훈 시장의 뜻에 따라 총면적 2만382㎡에 공연과 전시 기능을 갖춘 세계 최대규모의 떠 있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시 감사관실이 지난 5개월간 감사한 결과, 지방자치법이 규정하고 있는 시의회 동의 절차를 무시하는 등 문제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계약상의 독소 조항과 불공정 조항을 바로잡고, 관련 공무원 15명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실 세빛둥둥섬은 시작부터 시민들의 우려를 낳았다. 한강에 대형 컨벤션 시설을 짓는 것 자체가 강을 훼손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상징하는 번듯한 결과물을 남기고 싶어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 사업자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자 새로운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나친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단체장의 업적주의가 낳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후임 박원순 시장의 일 처리가 깔끔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사업에 관여한 실무자 15명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몰라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일한 직원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문책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교도관이 사형을 집행했다고 살인죄로 처벌하거나, 축구경기에서 골키퍼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는 전임시장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징계를 최소화하는 대신 이왕 만든 시설의 활용 계획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사업자나 시설임대업자 모두 세빛둥둥섬으로 큰 상처를 입은 만큼 지혜롭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누구도 운영 주체로 나서지 않을 뿐더러 설사 개장을 하더라도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게 뻔하다. 한강에 표류하는 유령의 섬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