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장어린이집 설치 흉내만 내서야
입력 2012-07-13 18:24
국내 기업 중 절반이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두산의 경우 5개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지만 2010년 12월 기준으로 한 곳도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벌인 뒤인 지난해 9월에야 1개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열었고, 오는 9월 두 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한다. 한화는 8개 사업장 중 1개, STX는 4개 사업장 중 1개만 다른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었다. LG와 롯데는 전체 사업장 중 절반에, 삼성은 42개 사업장 중 29곳에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이거나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에 대해 직장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사회적 뒷받침이 미흡하다 보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선진국보다 낮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4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1.5%에 한참 못 미친다. 여성인력 활용 없이는 국가와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특히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나서 일하는 엄마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복지부는 내년 1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하는 대신 잘하는 기업에게는 세제혜택 등 당근책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기업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면 국가적 손해”라고 했지만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는 여성인력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