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서 만난 주님, 내 인생에 평안이… 화폭에 빚은 간증
입력 2012-07-13 18:06
‘예수님’ ‘십자가’ ‘성경말씀’은 작품 어디에도 없지만 보는 이를 깊은 영성의 세계로 안내하는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지난 1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하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무릎이 임선경 초대 개인전’과 오는 18일부터 한 달간 서울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자현의 하말디·하말그 전’이 그것이다. 두 40대 여성 작가의 작품 내용은 한결같다.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주님, 그리고 다시 찾은 평안’이다.
◇왜 ‘무릎이…’인가=임 작가는 무릎이를 “무릎 아래의 작은 꼬맹이, 즉 기도하는 아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철저히 무릎 꿇는 삶을 살았다. 어릴 적 꿈이던 일러스트 작가가 됐고 왕성하게 전시도 하며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예상치 못한 시련과 마주했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는 조직검사를 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커다란 초록천으로 가슴만 내놓은 채 얼굴과 상체를 덮었습니다. 가느다란 마취 주사기가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고통을 참았지만 눈물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 왜 접니까’라고 수없이 외쳤는데….”
눈물로 지새우던 그날 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너는 지금 곪아 있단다. 그래서 어떤 아기에게도 생명을 물려줄 수 없단다. 네가 건강하지 않아 생명을 자라게 할 수 없단다. 그렇지만 의사가 네 몸을 만지고 치료하듯 그렇게 내가 너를 새롭게 할 것이다. 너를 통해 생명들이 자라게 할 것이다.”
그는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항암과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아도 됐다. 그의 가슴과 배에는 선명한 수술 자국이 있다. 특히 배에 난 곡선의 수술 자국은 어찌나 큰지 “스마일 하는 것 같다”며 “평생 웃고 살라고 주님이 주신 흔적이요 선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주제도 ‘너는 내 선물이야’다. 암 수술 후 그는 몸이 많이 약해져 예전처럼 밤을 꼬박 새워 작업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게다가 오른팔 근육이 굳어 작업하는 데 어려웠다. 그럼에도 무릎 꿇고 기도하고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그러한 마음으로 34점을 그렸다.
임 작가는 “암 수술 후 그림들이 더 밝아지고 환해졌다고들 얘기한다”며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인 위로와 평안이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임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언어로 사랑을 그리다=타종교를 믿었던 서 작가는 2003년 처음 교회 문턱을 밟았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문화선교 메시지를 듣고 2004년 서울 강남에 세오갤러리를 오픈해 기독교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그는 젊은 아티스트의 발굴과 지원에 힘써 많은 신진 스타 작가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3년 전 남편이 추진하던 건축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까지 어려움을 겪게 된 것. 하나님의 일이라 여기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삶을 놓고 싶은 마음이 매순간 찾아왔다.
“실제로 집을 나가 떠돌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방황하다 정신을 차렸는데 제가 멈춰선 곳이 오산리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이었습니다. 늘 냄새가 나서 들어가기도 싫었던 기도굴 앞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런데 열린 문틈으로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저를 위해 먼저 와 기도하고 계시던 예수님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기도굴-먼저 기도하는 이가 있었다’란 작품을 선뵀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하말디·하말그’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디자인하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리다’란 뜻이다. 전시의 기획, 진행이 모두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작됐고 참된 신앙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었던 자신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매일 삶의 전쟁을 치르면서 생사를 넘고 있는 분들에게 특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그림을 통해 힘들어도 숨쉴 수 있는 공간에 사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게 될 겁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