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더하기’의 시선

입력 2012-07-13 18:02

아이가 중학교에 가더니 부쩍 예민해졌다. 초등학교와는 다른 내신 평가가 무척 부담스러운가 보다.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는 ‘알파맘’이 못되는 나로서는 아이가 전해주는 이야기로만 학교 평가 방식을 알아차릴 뿐인데, 과목마다 채점 방식이 다른 듯했다.

가만 보니 아이는 유독 ‘감점제’를 적용하는 과목을 힘들어했다. 한 번은 급작스레 교과서 낙서 검사를 한 결과 7점을 깎였다며 집에 오자마자 엉엉 울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감점을 당할지 몰라 수업시간 내내 불안하단다. 반면 ‘가산점’ 방식으로 평가를 하는 과목들은 기다려진단다. 아침에 가방을 싸며 “앗싸, 오늘은 과학 국어 둘 다 들었다!” 신나하는 아이를 보니 칭찬은 고래뿐 아니라 질풍노도의 중학생도 ‘춤추게’ 하나보다.

매학기 점수를 부여하는 직업을 공유한 나로서 솔직하게 인정컨대 가산점제보다는 감점제가 더 처리하기 쉽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실력을 놓고 일일이 한 명 한 명 ‘더하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다. 오히려 감점 기준을 정해놓고 일률적으로 ‘빼나가는’ 방식이 효율성 면에서는 더 나은 작업이다.

그러나 감점할 거리를 찾는 ‘빼기’의 시선은 잘한 것을 찾아보고 남다른 면을 살피게 만드는 ‘더하기’의 시선과는 엄연히 다르다. 어른들의 교육 목표가 아이들로 하여금 더 자라게, 더 지혜롭게 성장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기왕이면 ‘더하기’의 시선이기를 바라본다. 고3 수험생에게서나 간혹 듣던 ‘성적비관 자살’ 소식을 이젠 더 어린 아이들의 일로 접한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마저 ‘더 좋은 세상’으로 간다며 삶을 포기해버렸다. 이제 막 피어나는 생명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을 보며 든 생각이다. ‘더하기’의 시선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아준다면 그 아이들에게 세상은 살 만하고 견딜 만하고 나아가 기대가 되는 세상이지 않을까?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