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가운데로
입력 2012-07-13 18:01
복음의 본질로부터 멀어짐으로 경건의 능력을 상실해 새 시대를 견인할 수 없었던 중세교회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유산이 무엇인가를 요즈음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을 이어받은 한국교회가 현재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교회는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져 새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경건의 능력을 상실한 중세 가톨릭교회에 대한 저항에서 생겨났다. 프로테스탄트교회 탄생에 주역인 개혁자들은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간의 구원은 그들이 쌓는 경건의 업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인 믿음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무조건적이며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구원역사의 진리는 성경을 통해서 바르게 인식할 수 있으며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라는 말로 집약된다. 실로 종교개혁을 통해서 발견된 새로운 구원의 패러다임은 새 인간의 탄생과 새 교회와 새 사회의 탄생을 가져왔다. 개인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일과 거듭난 사람들이 사회 속에 들어가 창조적인 변혁의 역할을 하는 일이 서로 균형을 이루었다. 그러나 새 시대를 창출한 구원의 패러다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교리화되고 화석화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구원의 통전성이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으로 양극화되어 복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영향력은 약해지고 교회는 경건의 능력을 점차 상실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간극을 메우고 복음의 통전성을 회복하려는 신앙운동이 경건주의 운동이었다. 경건주의 운동은 종교개혁 운동이 뿌리내린 곳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그러므로 경건주의 자들은 그들이야말로 종교개혁 정신의 진정한 계승자로 자처하였다.
경건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널리 알려진 크리스토프 불룸하르트(Christoph Blumhardt, 1842∼1919)가 있다. 그의 삶과 사역 속에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이 통전되어 나타나 그리스도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열어놓았다. 그는 개인 영혼의 치유와 구원의 영역에만 머물던 복음을 사회구원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렇게 함으로 그의 영향 하에 성장하였던 칼 바르트를 비롯한 젊은 신학도들은 후에 성장하여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양극화에 빠져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던 그리스도교회를 위한 신학적인 담론을 만들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20세기는 여전히 서구신학이 세계의 기독교를 이끌어가는 자리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이다. 불룸하르트 목사는 그리스도교의 복음이 개인구원의 차원에 머물러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할 수 없는 질곡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 가운데서 그리스도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는 프로테스탄트의 개혁유산이 전해준 구원은 그리스도인들의 두 번에 걸친 역동적인 회심과정을 통해 성취됨을 갈파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두 번 거듭나야 한다. 첫 번째 회심은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이루어지고 두 번째 회심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것을 통해서이다.”
프로테스탄트 개혁 유산의 전통 가운데 서 있는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벌써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개신교에 속한 교회들의 영성이 머물고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한국사회로부터 들려오는 온갖 비판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첫 번째 회심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회심을 통해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이 받고 있는 도전은 자기중심주의에서 제발 벗어나 역사의 현실과 고통당하는 이웃들의 절규를 주목해 달라는 것이다. 프로테스탄트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 그리스도교회가 이 시점에서 단행해야 할 결단은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 없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거짓과 불의가 지배하고 있는 역사의 현실과 이웃이 겪고 있는 고난의 현실 속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결단 없이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신뢰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지 모른다. 한국교회여!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결단을 통해 프로테스탄트의 유산이 물려준 경건의 능력을 회복하여 한국민족의 희망의 등불이 되자.
(목포예원교회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