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송전탑 분쟁’ 전력공급 차질 우려

입력 2012-07-12 22:23


영남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송전탑 설치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해 전력 공급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공사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한전은 경북 청도군 삼평1리에 지난 4월부터 345㎸ 송전철탑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철탑의 이동을 요구하며 반대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시민들도 구봉산에 철탑이 세워지면 안 된다며 백운변전소∼율촌변전소 간 154㎸ 송전선로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는 지난 1월 16일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던 보라마을 주민 이모(74)씨가 분신자살 하는 등 한전과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미 설치된 송전탑도 분쟁 대상이다. 한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대구 파동 고가도로 아래쪽 법리산에 대구변전소와 봉덕변전소를 연결하는 154㎸의 고압 송전선로 철탑 3기를 세우고, 이를 연결하는 선로를 매설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지역 시민단체들도 시화호 주변에 설치된 50여개의 송전탑이 자연경관을 해치고 생태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며 철거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송전탑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한전이 공사 전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경북 청도의 경우 한전의 2006년 주민설명회 당시 동네 유지 3∼5명만 참석했다. 대구 파동의 경우 주민설명회 대신 주민 10여명에게 설명한 게 전부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이 얼마나 오든지 간에 주민설명회를 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치단체는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한전에 떠넘기는 상황이다. 대구 수성구청 관계자는 “자치단체는 단지 의견만 제시할 뿐 결정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한전은 법적 요건만 내세우며 일을 밀어붙이고 자치단체는 모르쇠로 일관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에 설치된 송전탑은 4만여개, 설치가 추진되는 송전탑은 2000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송전탑 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