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없는 레이스… 민주, 맥빠진 경선분위기 골머리

입력 2012-07-12 22:22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컷오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좀처럼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아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9∼30일 여론조사를 통해 예비경선을 실시해 본선 진출자 5명을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당내 유력 주자들의 거취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예비경선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흥행 부진이 본 경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존재다. 일반 국민들이 안 원장을 잠재적인 야권 대선 후보로 인식하고 있어 민주당 경선 자체에 흥미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12일 “지지율을 감안하면 현재 국민들 머릿속에 대선 주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안 원장, 문 상임고문 이렇게 세 명뿐”이라며 “당내 경선에 국민적 관심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 ‘빅3’라고는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고문은 20% 가까이 지지율이 나오는 반면, 손 고문과 김 전 지사는 5%안팎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문 고문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경선이 초반부터 일방적인 게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예비경선을 없애버리고 본 경선에서 1, 2위 간 결선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내놓는 이유다.

당내 후보들이 대체로 점잖은 ‘선비형’이라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도 흥행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손 고문은 대학교수 출신이고, 정 고문은 ‘미스터 스마일’이라 불릴 정도로 신사이며, 김 전 지사도 파격적 혹은 공격적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세 후보가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점잖은 이미지를 깨진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동영(DY) 상임고문이 최근 불출마 선언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행보나 발언을 통해 분위기를 띄울 사람은 DY뿐이었는데 아쉽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박 전 위원장을 사실상 추대하는 새누리당보다는 낫다” 혹은 “월드컵도 본선 시작 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당이 위기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말로는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하지만 대선이 5개월 앞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움직임은 다소 한가하다는 것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대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도 분위기가 뜨지 않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이 각종 세미나와 행사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며 “각자 경선 캠프에 들어가 땀나도록 뛰면서 민주당 후보를 알리고 밑바닥 표심을 다지도록 지도부가 독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