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고교에선 지금 학생 vs 교사 ‘라면 전쟁’
입력 2012-07-12 20:46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최근 학생과 교사 간 ‘라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학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라면을 먹으려는 학생과 이를 막으려는 교사들의 숨바꼭질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인천의 H고등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학내에 라면 반입을 막기 위해 ‘가방 검사’까지 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 집에 다녀올 때 라면을 숨겨 들여오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학내 편의점에서 라면 햄버거 등을 팔지 않는다. 학교의 감시가 강화되자 학생들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안모(18)군은 “집에서 돌아와 기숙사에 짐을 풀기 전에 몰래 교실로 먼저 들어가 라면을 숨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전북 전주의 S고등학교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오후 11시30분 기숙사에서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생들은 라면이 있는 친구의 방을 찾아 나선다. 박모(19)군은 “기숙사 안에선 음식을 못 먹게 하지만 공부가 끝나면 배가 고파서 라면 생각이 절실하다”며 “벌점의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컵라면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5번 이상 외부 음식을 먹다 걸리면 기숙사 퇴실 조치를 하고 있다.
서울 H고등학교도 학내 라면 판매가 금지돼 있다. 대신 이 학교에서는 웰빙 빵을 팔고 있지만 학생들은 라면을 찾는다. 이모(18)군은 “저녁 시간에 친구가 외출하면 몰래 라면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은 학교에서 라면과 같은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를 어기면 행정처분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숙학교의 특성상 외부 음식을 반입할 경우 식중독에 노출된다는 것도 라면을 금지하는 이유다.
그러나 라면 취식을 허가해야 한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있다. 한 교육청 보건담당부서 관계자는 “몇몇 학부모로부터 ‘스트레스로 공부에 방해가 된다. 그냥 먹게 놔두라’는 내용의 민원 전화도 자주 걸려온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