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3회이상 걸리면 차량 몰수?
입력 2012-07-12 19:20
서울경찰청이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차량까지 몰수하는 건 ‘이중처벌’에 해당될 수 있고, 경찰이 몰수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이 최근 ‘주폭 척결’ 여론에 편승해 과잉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는 12일 낙후된 교통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3개 분야, 5대 과제를 선정해 ‘교통문화개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음주운전 문화 개선(음주운전 근절), 교통기초질서 문화 개선(꼬리물기, 불법 주·정차 근절), 오토바이 운행 문화 개선(폭주족·인도주행 근절)을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세 번 이상 적발된 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음주 단속에 세 번 적발되면 음주 수치에 상관없이 면허를 취소하는 기존 ‘삼진아웃제도’를 한층 강화한 처벌이다.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유흥업소가 몰려 있거나 음주사고가 잦은 지역은 ‘음주단속 강화구역’으로 지정해 주 3회 이상 집중단속을 벌이는 등 음주운전 단속도 강화한다.
또 경찰은 ‘꼬리물기’ 근절을 위해 신호체계 등을 개선하고 상습 정체 교차로에는 교통경찰관과 기동대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불법 주·정차의 경우, 규제를 과도하게 하면 주민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도의 기본틀을 ‘원칙적 금지’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한다. 특히 재래시장 주변, 1.5t 이하 택배·소형 화물자동차의 주정차 허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도로변 주정차도 절대적 금지구간만 황색 복선으로 표시하고 나머지는 시간대와 구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의 음주운전 차량 몰수 방침이 전해지자 경찰 권한을 넘어선 무리한 조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일단 몰수 조치에 대한 근거로 ‘범죄에 사용된 물건은 몰수할 수 있다’는 형법 조항을 내세웠다. 그러나 음주운전자를 마약사범 등과 같은 중범죄자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 드는데다 차량의 몰수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하는 영역이어서 경찰의 월권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주폭 근절’을 강하게 추진하려는 분위기에 편승해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과도하게 높이려 한다는 우려도 있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음주 운전이라는 범죄에 사용된 물건이 맞으니 형식적으론 차량 몰수가 가능하지만 여관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관을 몰수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경찰의 음주 운전 차량 몰수 조치는 범죄의 죄질과 몰수의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아 적절치 않은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