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가짜편지 수사 매듭] 대학 교직원 개인 출세욕이 대선 정국 뒤흔들었다?

입력 2012-07-13 00:16


검찰은 2007년 대선 정국을 뒤흔든 ‘BBK 가짜 편지’ 사건을 한 대학교 교직원의 출세욕이 빚은 촌극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자 주도적 역할을 한 신명씨와 양승덕씨가 수사 결과에 모두 반발하는 데다 배후로 지목된 실세들에 대한 수사가 부실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직원 개인의 단독 작품?=검찰은 12일 편지 작성 및 유통 과정의 핵심 인물로 경희대 교직원인 양씨를 지목했다. 신명씨가 형인 신경화씨에게 들은 내용을 양씨에게 전하자 양씨가 이를 토대로 신경화씨 명의의 편지 초안을 썼고, 신명씨는 형의 구명을 위해 이를 베껴 적었다는 것이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과 어떤 약속을 했건 이곳 분위기는 그것이 아니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제의 편지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에게 전달됐고, 홍 전 대표는 이를 기획입국설의 증거라고 폭로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대선에서 공을 세우기 위해 스스로 기획, 작성해 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분명히 아니라고 말했고, 신명씨와 대질도 했다”고 반박했다.

◇홍준표·은진수, 과연 몰랐나=검찰은 당시 편지 전달 과정을 보면 한나라당 측이 개입할 구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은 전 감사위원이나 홍 전 대표가 2007년 11월 편지를 들고 온 김병진씨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면박을 줬다는 것이다. 이후 김씨가 다시 찾아와 편지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 측 변호사가 작성한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까지 보인 뒤에야 편지 내용을 신뢰하게 됐다는 말이다. 결국 은 전 위원과 홍 전 대표는 폭로 이후에도 이 편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 편지를 접했을 때 의심을 거두지 않던 홍 전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부분은 석연치 않다. 만약 편지가 가짜임을 인식하고도 공표했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라 아직 처벌이 가능하다.

◇배후 수사 제대로 했나=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 신기옥씨 등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양씨가 신명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실세들이 돕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과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대검 중수부에서 이들의 다른 비리를 수사할 때 덤으로 물어보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배후 수사에 큰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은 ‘BBK 가짜 편지에 정치적 배후는 없다’는 검찰 결론에 대해 “사건의 핵심 배후인 이상득과 최시중에 대한 수사 없이 깃털 몇 명에 대해서만 서둘러 짜맞추기식으로 진행된 수사는 국민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명씨도 “검찰이 최소한 ‘배후의 심증은 있지만 양씨가 진술하지 않는다’ 정도의 결과는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폭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Key Word : BBK 가짜편지 사건

BBK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김경준씨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귀국하면서 불거진 ‘기획입국설’의 근거라며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로 결론났으나 신경화씨 동생 신명씨가 지난해 편지의 필자가 자신이라고 밝히며 다시 논란이 됐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