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물가·가계부채 관리 자신감?
입력 2012-07-12 22:16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안이 국내 리스크보다 우선이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세계경제 둔화 우려 속에서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승세가 꺾인 가계부채와 물가 관리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묻어있다.
그러나 금통위 결정이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속단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당장 얼어붙은 주택 시장 등 실물 경기에 자금이 흐를지도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벌써부터 금통위 ‘실기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경기 부양책 효과 볼까=금통위는 2009년 2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한 적은 있어도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금리 정상화 기조를 유지했던 금통위가 12일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리먼 사태처럼 흐를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중국과 유럽중앙은행 등이 기준금리를 낮춘 상황에서 글로벌 정책 공조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국내총생산(GDP)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잠재GDP보다 실질GDP가 낮은 현상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극도로 침체된 부동산시장이나 자본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금리부담 완화는 대출을 용이하게 해 집을 사도록 장려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수요자가 집을 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물가관리 영향은=정부가 과감히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물가와 가계부채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2%대에 머무른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줄어들었다. 금리를 내려도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하기보다는 오히려 금융기관이 대출금리를 내리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일부 시중은행들은 다음주 대출·예금금리를 다소 인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은의 이번 결정이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1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여러 차례 인상 시기를 놓친 탓에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따로 움직이는 왜곡현상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적으면 오히려 가계부채 총량만 늘리는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총량이 0.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가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