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증세 전쟁’… 노다 日총리 “소비세 인상 반대 정치인 공천 않겠다”
입력 2012-07-12 22:15
“소비세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 정치인은 공천하지 않겠다”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2일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스페인에선 11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수만명이 모여 정부의 세금 인상-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와 경찰은 폭죽과 고무탄을 주고받으며 밤늦게까지 맞섰다.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정부와 여당, 여기에 저항하는 야당과 시민. 세계 곳곳이 세금 문제로 격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는 광부들이 앞장섰다. 정부가 소득세를 3%포인트(27%) 늘리면서 광산업체 보조금을 3분의 1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광부들은 100㎞ 이상 떨어진 탄광지역에서 18일 동안 걸어 이날 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증세와 재정 긴축이 중산층과 노동자의 부담만 늘린다는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 2008년부터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은 그동안 재정지출 축소를 거듭해왔다. 같은 날 포르투갈에서도 의사들이 보건 예산 삭감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다.
일본에서는 현재 5%인 소비세율을 2015년까지 10%로 올리기로 하자 여당에서 의원 50여명이 탈당, 11일 ‘국민 생활이 제일당’을 창당했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속에서 그동안 각국은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산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효과’를 기대하며 세금 감면에 나섰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11일 “오바마 대통령 재임 첫해인 2009년 미국의 세율은 30년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효과는 없었다. 경제 위기는 갈수록 깊어졌고, 재정적자는 더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이대로 가면 유로존부터 미국, 일본까지 줄줄이 빚더미에 올라설 것이라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증세 논쟁 대열에 가세했다. 5년 전 ‘세금부터 줄이겠다’며 ‘줄푸세’라는 말까지 만들었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대선 출마 선언 때엔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을 추진하겠다”며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