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D-14] 일취월장 근대5종 메달 색깔만 남았다

입력 2012-07-12 18:55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훈련합니다. 쉬는 시간요? 밥 먹는 시간 빼곤 없습니다.” 선수들 골병들겠다고 했더니 남경욱(42) 근대5종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도 힘들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칼로 찌르고(펜싱·에페), 헤엄치고(수영·자유형 200m), 말을 타고(승마·장애물) 또 총을 쏘며 달리는(공기권총 5발 명중 후 1㎞ 달리기 3번 반복) 5가지 종목을 하루 만에 해내야 하니 매일 지옥훈련을 하는 건 근대5종 선수들의 숙명이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근대5종 국가대표는 남자부 정진화(23), 황우진(22·이상 한체대) 그리고 여자부 양수진(24·LH)이다.

정진화, 황우진은 지난 5월 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경기에서 홍진우와 팀을 이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남 감독은 2009년부터 적용된 새로운 경기 방식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했다. “따로 하던 사격과 육상을 묶었어요. 사격을 하고 1㎞ 뛰는 걸 세 번 반복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사격을 잘하니까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었죠.”

한국 남자선수들은 사격뿐만 아니라 수영, 펜싱, 승마에서도 수준 높은 경기력을 자랑한다. 체력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는 게 아쉬운 부분. 이 때문에 선수들은 요즘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근대5종의 간판 이춘헌(32·LH)도 이들과 함께 뛰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쥔 여자부 양수진은 승마 실력이 워낙 뛰어나 약점인 육상에서 선전한다면 목표인 ‘톱10’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대의 변방에 있던 한국 근대5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남 감독은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했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7년 전부터 유망주들을 선발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고 있다. 정진화, 황우진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들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길러 낸 선수들이다.

메달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남 감독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운이 좋으면 금메달도 딸 수 있을 테고요. 러시아 선수 두 명이 세계 랭킹 1위와 3위인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네요.” 올림픽에는 개인전 남녀에서 금메달 2개가 걸려있다.

대표팀은 24일 폴란드로 떠나 마무리 훈련을 한 뒤 다음 달 6일 런던에 입성한다. 결전일은 11일(남)과 12일(여). 이날을 위해 이들은 불볕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남 국군체육부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