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각종 혜택 몰아주니 ‘누이좋고 매부좋고’… 카드사 ‘캡티브 마켓’ 공략 잰걸음
입력 2012-07-12 22:09
카드사들이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잇단 금융 당국의 규제, 불황으로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캡티브 마켓이란 같은 그룹에 속한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계열사 신용카드를 쓰면서 발생하는 시장이다. 카드사들은 계열사 이용 시 혜택을 소비자에게 몰아주는 전략으로 고객을 적극 유인하고 나섰다. 그룹 차원에서는 산하 카드사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다른 계열사 고객도 늘어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캡티브 마켓 공략은 계열사가 크고 많을수록 유리하다. SK그룹을 등에 업은 하나SK카드의 ‘클럽SK카드’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클럽SK카드는 SK그룹에서 제공하는 모든 생활형 서비스를 모았다. SK텔레콤 통신료 1만5000원 할인, SK주유소 ℓ당 150원 할인은 물론 SK증권,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계열사를 이용할 때 폭넓은 우대 혜택을 준다.
‘몰아주기’에 따른 반응은 폭발적이다. 12일 하나SK카드에 따르면 클럽SK카드는 발매 2개월 만에 30만장이 팔렸다. 매일 1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카드업계에서는 이미 ‘소리 없는 강자’로 불린다.
롯데도 막강한 유통업을 배경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롯데 포인트플러스 카드’는 롯데 제휴사를 이용할 때 최고 6%까지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롯데백화점 5% 할인, 롯데시네마 1500원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카드 고위 관계자는 “2007년 5월 첫 발매 이후 발급자만 400만명을 넘겼다”며 “그룹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롯데그룹 고객 전체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고, 카드 사용 고객이 곧 롯데 전체의 고객이기 때문에 혜택을 더 주더라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재벌그룹이 각 계열사를 활용해 카드 시장을 장악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결국 계열사 안에서 이익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계열사의 힘을 앞세워 혜택을 자신의 카드사로 몰아주는데 정작 카드사에서 그만큼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문제”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캡티브 마켓이 없는 은행계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과 연계해 대출금리를 할인해주거나 우대 이율을 주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과 손잡고 대출금리를 할인해주거나 금융 포인트로 대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카드를 지난해 3월 내놓아 20만장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