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명함불허’ 왜… ‘명함’에 좋지않은 기억?
입력 2012-07-13 05:10
18대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정치1번지 여의도에 또다시 ‘명함 홍수시대’가 도래했다. 국회의원에서 각종 단체회원들까지 본인 경력과 ‘연줄’을 포장한 명함을 돌리며 여야 주자들 쪽에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대선 캠프 직책이 박힌 명함은 후보들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어서, 종종 ‘미래 권력’을 보장받았다는 의미로 통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경선 캠프가 명함을 아예 만들지 않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상일 캠프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당내 갈등이나 분열, 위화감을 조성하는 캠페인은 안 하겠다”며 “그런 맥락에서 캠프 명함 제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근혜 경선 캠프 ○○본부 ○○○’라는 명함은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대변인은 또 “줄 세우기로 보일 수 있는 행사도 안 한다. 예컨대 (우리) 후보만 참석하는 어떠한 당내 지지 모임 행사도 하지 않겠다”면서 “현재 캠프 내 공식 직함을 가진 인원이 31명인데, 원칙적으로 조직 확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5년 전 이명박, 박근혜 캠프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양측 관계자들이 명함을 돌리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부작용이 많았다”면서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경선 캠프 인사들의 ‘명함 넘버링’ 파문이 불거졌다.
당시 이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안국포럼’ 관계자들은 ‘AF(안국포럼의 영어이니셜)○○○’식의 명함을 뿌렸다. 이명박 후보는 ‘AF001’,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AF002’,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국장은 ‘AF006’이라고 새겨진 명함을 사용했다.
명함의 숫자는 이후 MB 정부가 출범하자 청와대와 여당의 권력서열로 변했다. AF 명함을 가진 인사 중에서 11명이 18대 국회의원이 됐고 박 전 국장 등은 이후 ‘왕의 남자’로서 권력을 향유했다.
때문에 경선 캠프에서 명함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 조치에는 박 전 위원장이 ‘명함 정치’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명함을 쓰는 사람의 자세가 문제이지, 명함 자체를 없앤다고 해서 내부 알력과 권위주의가 사라지겠느냐”며 “일종의 쇼”라고 비판했다.
신창호 김현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