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NGO 활동 盧 전대통령 손녀 최민정씨 “한-중 상생 징검다리 되고싶다”
입력 2012-07-12 21:06
그 어머니에 그 딸이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딸 최민정(21)씨는 외모와 신앙뿐 아니라 독립적인 성격과 당찬 포부, 소탈한 성격까지 어머니를 빼닮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고, 대학 1학년때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NGO(비정부기구)를 설립하는 등 젊은 패기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민정씨가 본보 인터뷰에서 다부진 꿈과 포부를 밝혔다.
민정씨는 지난 10일 아트센터 나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미래에서 중국은 떼어 놓을 수 없다”며 “중국과 한국의 상생(相生)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2010년 NGO인 ICU(Intercultural Union)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ICU에는 200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며 중국 소수민족이나 경제적 약자가 교육에 소외되지 않도록 중국 도시마다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에서 일반고등학교를 다닌 민정씨는 당시 일부의 혐한(嫌韓)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 동아리가 ICU의 모태인데, 부모들도 나중에 알았을 정도로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했다.
민정씨는 “누구에게도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며 “처음에는 지적 호기심으로 중국에 관심을 가졌지만, 역사의 맥을 같이 하는 한국과 중국이 동양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서양의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찾아본 외할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자료들도 이같은 생각을 갖게 된 동기가 됐다.
5년전 중국으로 유학간 민정씨는 부모의 뜻과 달리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인들이 다니는 일반고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아버지 최태원 SK회장은 물론 어머니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았다. 베이징대에 입학한 뒤 한국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대학 학비는 장학금을 받아 해결했다.
어머니 노 관장은 “민정이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집에서 돈을 하나도 안 가져갔다”며 “부작용이 있는데 어떤 말도 안 듣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나를 설득시켜’라 한다”며 웃었다.
고등학생 때는 방학을 이용해 부모 몰래 서울 강남의 GS25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었다. 민정씨는 “편의점 일이 제일 쉬웠지만, 시급이 4000원이어서 월급이 제일 적었다”며 아쉬워했다. 레스토랑에서 11시간 동안 서빙도 해봤다. 와인바에서는 잔을 여러 번 깨 결국 사장에게 혼나고 쫓겨나기도 했다.
노 관장은 ‘말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배우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일인데 왜 내가 (말리느냐)”며 웃었다. 민정씨는 “사춘기의 반항 같은 것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민정씨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원하는 직업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직업은 방법론”이라며 “반기문 총장님 말씀처럼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