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 나팔수’ 면하려면

입력 2012-07-12 18:42

MBC 노동조합이 다음주 중 7개월째 이어온 파업을 종결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현재 조합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있는 과정이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지만 조건 없는 업무복귀 쪽으로 진로를 정한 상태임은 분명하다. 이로써 상반기 동안 뜨거운 이슈가 됐던 언론사 파업사태는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YTN 노조의 파업이 남아있긴 하지만 MBC와 KBS 두 축이 빠져나감으로써 연대파업의 동력은 상실했다.

방송사 노조가 파업을 접었다고 해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공고한 단결력을 과시했으면서도 현행법 아래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벽을 실감해 투항했을 뿐 불씨는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이다. 이는 정치적 타협에 따라 사장이 선임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언제든 분규가 재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관건은 법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KBS 이사회나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세력이다. KBS의 경우 11명의 이사 중 현재 7명이 여권, 4명이 야권의 몫이다. 방문진 역시 9명의 이사를 청와대(대통령)와 여당 야당이 3명씩 나누고 있다. 이사회가 바뀔 때마다 정치적 격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는 8월과 9월에 있을 새로운 방문진 및 KBS 이사진 구성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정치권의 이사를 추천해온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정치권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이사 추천권을 여야가 동시에 포기하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여야가 선거의 전리품으로 챙기는 대신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역량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제안이라고 본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라는 것이다. 핵심은 사람이다. 공영방송의 기능을 잘 이해하면서도 방송사의 일탈을 막고 감시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국가관을 가진 사람 등 문제 인물의 추천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문제는 시일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작금의 국회 상황을 보면 여야가 의제를 놓고 토론한 뒤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국회를 통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야 모두 12월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합의해야 한다.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방송사가 더 이상 분규에 휘말리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