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멀리 가는 향기

입력 2012-07-12 18:42


어제는 우리 출판사 주간과 어느 동화작가 선생님 댁을 방문하였다. 어쩌다 아동문학 관련 행사장에서 만나면 우아하고 독특한 패션 감각을 보여주던 멋쟁이 선생님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와∼동화나라다!”라고 탄성을 질렀다. 현관 입구부터 거실 가득 온갖 종류의 인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유리상자에 누워있는 소인국의 걸리버와 이층 방까지 아기자기 꾸며진 빨강머리 앤의 초록지붕 집, 몇 년 전 먼저 떠난 부군이 만들어줬다는 커다란 돌 하우스는 3층 다락방까지 선생님이 수집하거나 만든 것들로 오밀조밀 재미있게 꾸며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매 사이트를 통해 또는 여행할 때마다 벼룩시장을 뒤져 사 모은 희귀한 물건이 많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소품들, 손으로 섬세하게 수를 놓아 만든 니들 포인트 액세서리들, 피터 래빗 캐릭터를 창조한 미스 포터의 동화책 등.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하는데 어찌나 재미있는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중에서도 우리를 감탄하게 한 것은 선생님의 솜씨였다. 인형 옷들도 손수 만들어 입힌 것이 많았고, 액세서리들도 아이디어를 내 변형시키거나 만든 것이 많았다. 옷들도 대부분 외국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사서 본인 취향으로 리폼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옷들 중 일부를 꺼내 걸어 놓았는데, 오늘 동네 분들에게 바자회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운 좋게도 먼저 고를 수 있었다. 멋스러운 데다 싸기도 하니 꽤 여러 가지를 골라 두 보따리나 들고 왔다. 선생님의 남동생이 몇 년 전부터 사업차 몽골에 가 있는데, 그곳에 놀러갔던 선생님이 어려운 형편의 그곳 아이들을 보고는 돕고 싶어 일을 만들었고, 올해로 세 번째 ‘몽골 아이들 돕기 위한 캠프’를 하는데, 비용 충당을 위해 바자회를 하는 것이다.

이 행사의 명칭은 ‘멀리가는 향기’이다. 선생님 이름 중에 ‘향’자가 들어가 지인들에게 매주 보내는 메일 이름도 ‘향기 통신’이다. 메일 소식은 그야말로 향기로 가득하다. 생활 이야기, 솜씨 이야기, 멋진 사진과 알찬 정보들이 가득해 팬이 많다.

돌아오는 길에 ‘향기’란 맡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고, 유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 떠올려 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라벤더 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길을 오래도록 생각했다.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