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만에 이름 찾은 80대 할머니, 노령연금 회수 노력 끝내 물거품
입력 2012-07-11 19:16
남의 이름으로 살던 80대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지만 그간 남의 이름으로 받았던 기초노령연금액 3년치를 반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전북 순창군에 사는 윤모(85) 할머니는 지난해 12월에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 ‘윤OO’을 갖게 됐다.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흔했던 것처럼 호적 없이 살다가 한국전쟁 후 만난 남편의 전처 이름 ‘양OO’(1952년 사망)으로 50여년을 살았다. 그러나 윤 할머니는 여생을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살고 싶어 법원 허가를 받아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그러나 윤 할머니는 예상치 못한 통지서를 군청으로부터 받았다. 할머니가 호적을 만들기 전 ‘양OO씨 명의로 2008년부터 3년간 받은 기초노령연금 366만여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
순창군은 할머니의 호적과 전처 양씨의 사망신고를 처리하면서 “이미 숨진 타인 명의로 연금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며 반납을 요구했다. 윤 할머니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월 9만2000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할머니는 군청에 사정도 하고, 행정소송도 했지만 패소했다. 사정은 딱하지만 실정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윤 할머니는 올해 3월 양씨 명의로 받았던 연금을 전액 반납했다.
할머니 가족은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 하소연했다. 권익위는 “남의 이름으로 평생 살았지만 노령연금 수급 나이에 해당하는 만큼 보호받아야 한다. 환수액을 되돌려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군청의 질의에 “환수조처가 타당하다”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복지부 판단과 법원 판결이 내려진 만큼 권익위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순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