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남자 도마는 ‘4초 드라마’다. 선수들은 4초를 위해 4년 동안 끊임없이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승부를 가르는 건 기술, 체력 그리고 담력이다.
조성동(65) 체조 대표팀 감독은 세 가지를 고루 갖춘 선수가 있다고 했다. “전 국가대표 여홍철은 기술과 체력은 좋았지만 간이 작았어요. 그게 흠이었지요. 양학선은 다릅니다. 엄청 대범해요.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될 텐데 밤에 잠도 얼마나 잘 자는데요.”
양학선(20·한국체대)은 첫 출전한 2010년 로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올라 ‘한국 체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키가 작다고 담력까지 작으란 법은 없다. 1m60의 단신인 양학선은 겁도 없이 고난도의 신기술을 개발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양1’(정식 명칭 YANG Hak Seon·그래픽 참고)이 바로 그것이다.
‘양1’은 여홍철의 주특기였던 ‘여2’(두 바퀴 반 비틀어 뛰기)에서 반 바퀴를 더 트는 기술이다. 난도는 7.4점. 종전 국제대회 최고 난도(7.0점)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양학선은 지난 7일과 9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양1’과 스카라 트리플(공중에서 세 바퀴를 비틀어 돌기·난도 7.0)을 잇따라 성공시켜 평균 16.500∼16.600점대의 고득점을 올렸다.
조 감독은 양학선의 컨디션 조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학선은 신체 리듬이 일주일 간격으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경기 당일 신체 리듬이 최상이 되도록 매일 훈련 강도를 조절합니다.”
양학선의 라이벌은 루마니아의 플라비우스 코크지(26)다. 코크지는 지난 5월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 2차 평균 16.116점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코크지의 연기를 직접 본 조 감독은 조심스럽게 양학선의 손을 들었다. “코크지는 난도 7.0짜리 기술을 구사했는데, 한 번도 16.2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양학선이 기술에서 훨씬 앞서죠.”
여홍철과 양학선은 전남체고(현 광주체고) 선후배 사이다. 여홍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2차 시기에서 ‘여2’를 구사했으나 고질적인 착지 불안 때문에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16년 후 후배가 선배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한국 기계체조 사상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2’의 한을 넘어 ‘양1’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런던에서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2012 런던올림픽 D-15] 내 이름 기술에 金빛 물들인다… 체조 양학선 특별한 도전
입력 2012-07-11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