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太子黨 “국가는 돈벌이 모델”… 파이낸셜타임스 심층 보도

입력 2012-07-11 18:57


“지금 태자당은 고삐가 풀렸다. 1990년대만 해도 권력자들은 자녀들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경계했는데….”

마오쩌둥의 손자인 마오신위 장군은 이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한 중국 태자당(太子黨·권력자들의 자손을 통칭)의 돈벌이 행태는 마치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은 투기꾼을 연상케 한다.

최고 권력자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딸 후하이칭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의 전 대표 대니얼 마오와 결혼했다. 재산이 6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후하이펑은 보안검색장비 독점 공급업체인 국영 눅테크사 대표를 맡았다. 이 회사는 불공정 거래와 부패 혐의로 외국에서 고발당한 전력이 있다.

차기 국가주석을 예약한 시진핑 부주석의 누나와 매형은 부동산 업계의 큰손이다. 베이징과 홍콩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사는 최근 18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교량 공사를 수주했다.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드림웍스, 노키아의 중국 진출 책임자였고 지금도 국가가 관리하는 펀드 여러개를 운영하고 있다. 전·현·차기 주석 가족이 모두 권력의 힘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FT는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리커창 가족만이 상대적으로 깨끗할 뿐 대부분의 자녀들이 거대한 이권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검찰·사법·정보를 총괄하는 정법위 서기 저우융캉의 아들은 석유산업계 거래에 개입하면서 때로 경찰력까지 동원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중국 내 언론·통신 총책임자인 리창춘의 딸은 중국은행의 해외 미디어투자 담당 대표이고, 아들은 올해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 부사장에 임명됐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4월 “권력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며 부패 척결이 당의 제1 과제라고 강조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원윤숭은 태자당 중에서도 권력을 이용한 돈벌이에 가장 밝다. 2005년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JP모건, 도이체방크 등에서 25억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국영언론사 기자인 양지셍은 “중국 역사상 지금처럼 권력이 부패한 시기가 없었다”며 “표면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지만 실제로는 권력이 지배하는 시장경제여서 모든 경제활동에 권력자의 허락과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자당의 행각은 올해 초 터진 보시라이 부패 스캔들 이후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매체들도 앞다퉈 태자당의 부패상을 전했다.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로이터통신 벨 왈쉬 기자는 “달리 보면 태자당은 서방 자본의 중국 진출 시 위험을 최소화시켜 주는 최고의 투자전문가인 셈”이라며 “이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수백만 달러는 서방 기업이 중국에서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