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3대 키워드, 안철수와 닮은꼴… ‘安風’ 맞불?
입력 2012-07-11 19:41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밝힌 ‘경제민주화’와 ‘한국형 복지’ 등의 주요 내용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2개월 전 강연 내용과 아주 흡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진단과 해법 마련에 있어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면서도 동시에 박 전 위원장 측이 향후 다시 거세질지 모를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미리부터 견제하기 위해 주요 이슈들에 맞불 작전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키워드도, 구체적 내용도 닮은꼴=박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 이튿날인 11일 청주 일신여고를 찾아 “국민 여러분 맘속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자신의 잠재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와 ‘국민 행복’은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캐치프레이즈다. 이는 공교롭게도 안 원장이 가장 최근에 가진 대규모 강연회인 지난 5월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밝힌 ‘행복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와 거의 흡사하다. 안 원장은 당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저출산율을 거론하며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이고, 현재가 암울하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은 것”이라며 “전 연령대에 걸쳐 각자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없는 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박 전 위원장이 내세운 핵심 키워드인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등도 안 원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3대 키워드’라고 제시한 ‘정의 복지 평화’와 닮았다. 구체적으로 경제민주화의 내용으로 박 전 위원장은 중소기업·대기업 격차 해소, 대기업의 책임 강조 및 규제 강화, 원칙 잃은 자본주의 수정 등을 제시했다. 안 원장 역시 중소기업과 대기업, 골목상점과 대형마트 간의 불공정 해소, 기득권 과잉보호 철폐 등을 들었다. 복지 내용 또한 박 전 위원장은 ‘한 사람도 홀로 뒤처지지 않는 사회’,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행복 구현’ 등을, 안 원장은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사회안전망이 탄탄한 사회, 일자리와 연결되는 복지’ 등을 제시했다. 표현이 조금 다를 뿐 기본 내용과 취지는 거의 같은 것이다.
최근 들어선 민주통합당 대권 주자들 역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는데 이 역시 안 원장이 밝힌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안풍 차단과 대선 이슈 선점 경쟁 포석=‘닮은꼴 주장’은 우리 사회 병폐에 대한 인식이 비슷하기 때문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야 대선 주자들이 앞으로 다시 불어닥칠 가능성이 있는 안철수 바람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안 원장은 부산대 강연 내용을 핵심 내용으로 조만간 책을 출간해 재차 돌풍을 일으키려 했기 때문이다. 안 원장 측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에세이집의 내용 역시 경제정의 및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약자를 위한 복지와 기회 부여, 이를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라며 “몇 년간의 청춘 콘서트 강연 등을 통해 얻은 통찰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 측은 책 출간을 계기로 정의,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토론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당에서 ‘경제민주화’ 문제를 미리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고, 박 전 위원장 역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전면에 내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 원장의 책 출간이나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 김이 빠지는 꼴이 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