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5·16혁명발언’ 왜?… 한번은 털고 가야할 ‘유산’, 반전 노리나

입력 2012-07-11 22:13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16 군사쿠데타가 ‘구국혁명’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11일 알려지면서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자산이자 멍에인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관 공방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최근 경선캠프의 이상돈, 박효종 정치발전위원이 5·16 군사쿠데타의 성격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2007년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이 간접적이나마 드러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검증청문회 자리에서 “5·16은 구국혁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잘못하면 북한에 흡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혁명 공약에도 ‘기아선상에 헤매는 국민을 구제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유신체제와 관련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다만 유신시대에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희생하셨던 분들과 고통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선 패배 후 5·16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

박 전 위원장이 유력한 대선 주자가 되면서 야권에서는 5·16 군사쿠데타 등 과거사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을 다시 공격해 왔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출마선언 자리에서 “박근혜 의원의 집권은 5·16 군사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도 9일 “5·16에 대한 입장 등 국민의 질문엔 침묵한 채 소통 정치인으로 포장하려는 행태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박효종 위원은 9일 라디오 방송에서 “5·16 그 자체는 쿠데타인데,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쨌든 놀라운 변화를 겪어 혁명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5·16을 혁명이라 기술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만든 단체(교과서포럼)의 공동대표 출신이다. 이상돈 위원도 지난 6일 “당시로 볼 때는 군사정변이 맞지만 그 후 역사 발전 측면에서 단순히 쿠데타라고 폄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캠프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의 입을 통해 박 전 위원장 입장이 알려진 터라 야권의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항상 그를 따라다닌 ‘박정희의 딸’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5·16 외에도 인혁당 사건 등 박 전 대통령 시절 과거사 문제 전반으로 공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홍 위원장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수면 위로 띄워 올린 것은 대선 과정에서 ‘한번은 털고 가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야 후보가 맞붙는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에서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