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비틀즈코드2’ 메인 MC 탁재훈·신동 “우리는 새 파트너… 웃느라 대본을 못 볼 정도예요”
입력 2012-07-11 18:09
아마 케이블TV Mnet의 ‘비틀즈코드2’보다 더 억지스러운 토크쇼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들을 상대로 ‘평행이론’이라는 엉터리 학설을 들이대며 우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평행이론’은 ‘국가수’와 ‘대덕 박사’라는 유령 집단이 연구했다는 이론으로, 두 사람이나 두 팀의 운명이 닮아 서로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는 게 골자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그룹 룰라 멤버 일부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출연한 지난 9일 방송. MC들은 두 팀 사이에 영화 ‘추격자’와 관련된 평행이론이 성립한다며 희한한 예시들을 열거한다.
①‘추격자’ 개봉일은 2008년 2월 14일이다 ②영화 주인공인 배우 하정우의 이름 획수를 세면 14획이 나온다 ③룰라의 리더 이상민 이름 획수도 14획이다 ④인피니트 멤버 호야의 본명인 이호원 획수도 14획이다 ⑤그러므로 두 팀 사이에는 ‘추격자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요령부득인 연구 결과는 계속 발표된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게스트들은 어느 순간 실소를 짓다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2010년 8월 첫선을 보인 ‘비틀즈코드’가 시즌 2까지 만들어진 걸 보면 이 프로그램의 ‘믿거나 말거나’ 식 웃음 코드에 매료된 시청자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최근 ‘비틀즈코드2’의 녹화가 진행되는 서울 가양동 한 스튜디오를 찾아 메인 MC인 탁재훈(46)과 신동(본명 신동희·27)을 만났다. “이 방송은 진짜 웃긴다” “재밌다” “매번 기대감을 안고 녹화장에 온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처음”
탁재훈은 정상급 MC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중 유재석 이경규 신동엽 등 코미디언 출신을 빼면 ‘비(非) 개그맨’ 중엔 ‘MC 서열’ 맨 윗줄에 랭크되는 인물이다. 뻔뻔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쏟아내는 그의 입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탁재훈은 2007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탁재훈이 ‘비틀즈코드2’에 합류한 건 지난 2일 방송부터다. 신동 외에도 보조 MC인 장동민(33) 유상무(32)와 호흡을 맞춘다. 어떤 매력에 끌려 그는 MC 제의를 수락한 것일까.
“일단 소속사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 정말 재밌고 저랑 잘 맞을 거라고 강하게 권했어요. 그래서 바로 ‘오케이’하고 옛날 방송 찾아봤죠. ‘어떻게 진행하면 되겠다’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탁재훈이지만 ‘비틀즈코드2’에 갖는 애정은 각별해 보였다. 탁재훈은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후배들이 정말 좋아요. 제가 누구한테 의지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친구들한테는 의지를 해요. 내 가게를 맡겨도 안심이 되는 든든한 친구들이에요. PD도 촬영이 시작되면 전혀 터치를 안 해 좋아요. 제작진이 중간에 개입해 흐름을 끊으면 진행자로서 힘들거든요.”
탁재훈은 ‘진행 철학’을 묻는 질문엔 “게스트를 지나치게 배려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예의를 차리겠다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다보면 되레 ‘토크’가 부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와 타이밍”이라고 덧붙였다.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에서 적재적소에 터뜨리는 웃음이 프로그램을 살린다는 설명이다. “‘비틀즈코드2’가 장수하다가 호상(好喪)으로 끝났으면 좋겠어요. 안락사나 사고사 당하지 말고(웃음).”
# “노래보다는 예능이 좋다”
탁재훈이 버라이어티 분야의 고수라면 신동은 이제 막 예능 세계에 본격 입문한 초보 진행자다. 그가 ‘비틀즈코드2’ 진행에 나선 건 예전부터 예능 프로그램 메인 MC를 맡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 신동은 지난 3월 메인 MC로 발탁돼 그간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47)과 입을 맞췄다.
새 파트너인 탁재훈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떠할까. 신동은 탁재훈과 함께 하는 촬영이 “뻥뻥 뚫려 있는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형이랑 함께 하면 막힘이 없어요. 예전 저는 대본 보느라 바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재훈이형 때문에 웃느라 대본을 못 볼 정도예요.”
최정상의 인기를 달리는 슈퍼주니어 멤버지만 자신의 궁극적인 꿈은 예능에 있다는 고백도 털어놨다. 신동은 “멤버들에겐 미안하지만 이게(예능) 더 재밌다” “원래 꿈이 가수가 아닌 연예인”이라는 말도 했다. “누군가의 얘길 귀 기울여서 들어주고, 이 사람이 이런 저 때문에 편하게 방송을 하게 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만족감이 정말 커요.”
‘비틀즈코드2’는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 ‘놀러와’(MBC) ‘힐링캠프’(SBS) 등 지상파 3사의 ‘토크쇼 전쟁’이 벌어지는 시간대다.
신동은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방송의 특징은 ‘본방송’보다 재방송 시청률이 더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시청률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많은 분들이 채널을 돌리다 ‘비틀즈코드2’가 하고 있으면 멈추게 만드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