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百年河淸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입력 2012-07-11 18:43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그는 이 정권의 실세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과 함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체포에 찬성한 의원이 74명, 반대한 의원은 무려 156명이나 됐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불체포 특권 포기를 비롯해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선 등을 관철하겠다고 약속하고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번 표결 결과는 그동안 입만 열면 새로 문을 연 국회는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여야 의원들의 의식수준이 국민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사실 자신들의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면 여야 없이 한통속이 돼 국민을 배신한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서민들은 숨조차 쉴 공간도 없는데 도 초호화판 의원회관을 다시 지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여 세비를 슬쩍 올리고, 유급 보좌관 수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동정론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될 경우 국회가 피의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일부 의원의 논리도 있다. 그렇지만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은 법원의 판사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이 필요하냐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체포동의안은 말 그대로 그의 체포로 국회 역할이 차질을 빚을지만을 판단하면 그만이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원활한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비리를 저지르고 숨으라고 있는 조항이 아니다. 회기 중이 아닐 때는 체포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사실로 미뤄 이 점은 명백하다. 과거 독재정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해 구속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 이 조항은 그런대로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독재정권이 사라진 지 오래된 마당에 이 조항은 오히려 비리의원의 방패로 사용되며 남용돼 왔다.
여야 의원들이 정 의원의 체포동의를 거부한 이유를 아무리 갖다대도 국민들에게는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장삼이사(張三李四)가 3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받았다면 과연 구속을 피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더욱이 정 의원은 범행 당시 정권 실세였던 만큼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19대 국회의 앞날도 과거의 방탄 국회, 일 안하는 국회, 자기들 이권 챙기기에만 열심인 국회라는 오명을 이어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말로만 특권포기를 외치고 국회선진화를 아무리 강조한들 국민들이 이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여야의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소신껏 부표를 던졌는지 조용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