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찬규] 日 집단적 자위권,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2-07-11 19:02


“군대의 해외파견이 수반되는 권리인데 현행 헌법 개정 없이는 가능하지 않아”

일본에서 헌법 재해석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큰 물의를 빚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지시로 일본 중장기 비전을 검토해 온 정부 프런티어 분과위원회가 그 같은 제언을 했다고 NHK 방송이 지난 5일 보도하면서 파문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헌법 제9조에 일본은 “전쟁을 포기하고 교전권을 갖지 않으며 군대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서 전쟁을 포기한다는 것이 자위권 행사마저 포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지금까지 일본 내의 지배적인 해석이었다. 이유는 자위권이 국가의 ‘고유한 권리(inherent right)’라는 데 있었다(유엔 헌장 제51조 참조). 자위권은 국가의 ‘고유한’ 권리이기에 국가는 그것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 측 논리의 핵심이었다.

국제법상 전쟁금지 역사에서 큰 봉우리를 형성하는 1928년의 부전조약(不戰條約)은 ‘국가정책 수단으로서의 전쟁과 침략전쟁’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언뜻 보아 그 이외의 전쟁은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듯도 하지만 전쟁치고 양자 중 어느 하나에 속하지 않는 게 없기에 그 정식 명칭은 ‘전쟁금지에 관한 조약’이었다. 실질적으로 모든 전쟁을 금지한 이 조약 하에서도 자위권 행사는 허용된다는 게 공인된 해석이었다. 이런 점에서 평화헌법 하에서도 자위권 행사는 인정된다는 일본 측 해석은 정당하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그것은 군대의 해외파견이 수반되지 않고는 행사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무력공격을 받는 것은 타국이지만 그 타국과의 관계가 긴밀해 자국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간주함으로써 요청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타국과 함께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는 군대의 해외파견이 수반되기 마련인데 현재의 일본 헌법 하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헌법의 재해석을 통해 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행 헌법의 개정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헌법개정은 곧 보통국가에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전 세계, 특히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던 국가들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문제가 거론되자 파문이 국제사회에 확산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었을 때 우리는 특히 두 가지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나는 주한 미군이 제3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일본군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독도를 한국 측에 불법 점거된 자국령이라 참칭(僭稱)하면서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무력사용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국제법상 영역고권(領域高權)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으로 돼 있기에 우리나라의 허가 없이는 어느 나라 군대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 전자에 대한 정답이다. 또 현 국제법상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무력의 위협 또는 무력사용은 절대금지의 대상으로 돼 있어 독도에 대한 여하한 망동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후자에 대한 정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와 더불어 우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론에 태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일본의 보통국가에로의 회귀가 곧 패권국가에로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같은 처지였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보인 행태와 일본이 보인 그것은 전연 달랐다. 독일 총리가 피해자들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지만 일본 총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독일은 피해보상에 성의를 다했지만 일본은 면책의 길을 찾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일본은 이러한 점이 바로잡히지 않고는 보통국가가 될 수도 없고, 된다고 하더라도 그 국격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찬규(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