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욱 조직적으로 확산되는 한수원 비리
입력 2012-07-11 18:39
원자력발전소를 관리·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비리가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10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수원 간부 22명 중에는 내부 부정을 감시해야 할 감사실장도 끼여 있었다. 감사실장은 원전 납품업체 두 곳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버젓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받았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뇌물 수수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전문 브로커가 원전 자재 납품업체들과 한수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했고, 돈을 받은 직원은 상사에게 상납해 나눠 먹었다. 한수원 간부들은 부부동반 골프 접대를 받는가 하면 직접 납품업체에 골프채를 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뇌물 받은 동료가 수사를 받다가 자살했는데도 일부는 계속 뇌물을 챙겼다. 비리 백화점이 따로 없다.
한수원은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 고장 사실을 한 달간이나 조직적으로 은폐해 비난을 샀었다. 금품을 받고 중고부품과 ‘짝퉁 부품’을 납품하도록 했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특수보온재만 써야 하는 원자로에 일반보온재를 납품한 것을 묵인했다가 들통이 났다. 원전은 부품 하나만 잘못돼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돈에만 눈이 먼 한수원 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이 섬뜩하다.
정부는 원전 납품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보안상 원전 관리가 폐쇄돼 있다 보니 그들만의 비리 복마전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국가기간시설을 상대로 ‘장난’ 치는 범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은 안전과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승인에도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만큼 철저한 재점검이 요구된다.
한수원도 사과 광고와 전 임직원들의 10만 시간 사회봉사활동으로 면죄부를 기대해선 안 된다.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