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대란 조짐 보이는데 대책은 있나

입력 2012-07-11 18:41

통계청의 ‘2012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대비 36만5000명 늘어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증가폭이 40만명선을 밑돌았으나 올 상반기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대비 44만9000명 늘어 반기 실적 기준으로 2004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된 결과처럼 보이지만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조를 보였던 취업자수 증가세가 다시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고용 둔화세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취업자수 증감 흐름이 대단히 위태롭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수 증가폭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제조업 분야에서 전년 동월대비 5만1000명이 줄면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는 아직 구체적으로 취업자수가 줄고 있지는 않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언제 주저앉을지 모르는 영세자영업 취업자들의 문제다. 자영업자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증가일로이고 올 들어서는 매달 10만∼20만명씩 늘었으며 지난달에도 16만9000명이 늘었다. 가뜩이나 높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종업원 4명 이하 영세자영업체 사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취업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취업자 2500여만명 중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영세자영업에 뛰어든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상외로 취업자수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취업자수 증가 자체만을 두고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의기양양해했었다. 늘어나는 취업자수의 실체는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고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 채 저임금에 허덕이는 불완전취업 상태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창업 영세자영업의 대부분이 숙박·음식·도소매·운수업에 집중돼 있어 경기동향에 대단히 민감하다.

자영업 창업과 관련해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6개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28조8000억원에서 올 6월 말 135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영세자영업의 폐업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영세자영업체의 줄도산, 대량 실업, 고용대란, 그리고 자영업 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권에 미칠 여파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도 다른 선택이 없어 지금 소규모 자영업 창업을 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 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기존 영세자영업의 영업분야 전환·조율 및 자진 퇴출 등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한편 소규모 창업에 대한 지원·관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