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함께라서 더 즐겁다

입력 2012-07-11 18:10


국수(國手) 조훈현, 명인(名人) 서봉수, 왕위(王位) 유창혁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2012 더 리버사이드호텔배 시니어바둑삼국지’가 지난 5일 시상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만 45세 이상(1966년 이전 출생자) 기사 67명이 참가한 가운데 예선전을 거쳐 27명의 기사를 선발했다. 국수, 명인, 왕위 3팀의 각 주장이 추첨을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직접 자신의 팀원 9명씩을 선택했다.

조훈현 9단이 이끄는 국수팀은 장주주 9단, 차민수 4단을 필두로 71세의 최고령자 김종식 6단까지 고른 전력을 갖췄다. 서봉수 9단의 명인팀은 최규병 9단, 김종수 7단, 조대현 9단 등 안정감 있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막내 유창혁 9단의 왕위팀은 안관욱 8단, 김수장 9단, 김동엽 9단 등 강타자들을 선정해 가장 강력한 팀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많은 올드팬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연승전 방식으로 시작된 대회는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그 가운데 국수팀의 김기헌 5단과 왕위팀의 박영찬 2단은 각각 3연승을 차지하며 연승상금 200만원을 차지했다. 초반부터 부진했던 명인팀은 주장 서봉수가 왕위팀의 김수장에게 패하면서 가장 먼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왕위팀 3명(유창혁, 안관욱, 김수장), 국수팀 2명(조훈현, 장주주)이 남아 처음 예상처럼 왕위팀이 한 발 앞서나갔다.

하지만 루이나이웨이 9단의 남편인 장주주의 완력도 대단했다. 김수장과 안관욱을 연파하며 왕위팀을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조·유’의 대결을 보고 싶어 하는 바둑팬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우승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는 주장전으로 이어졌다. 조훈현과 유창혁은 오랜 시간 정상에서 함께 승부를 겨뤄왔다. 상대전적은 조훈현이 71승 53패로 앞서 있는 상황. 하지만 중요한 승부에서는 비슷한 성적을 보여줬으며, 유창혁은 올해 만 45세로 시니어 중 가장 젊은 기사이기도 하다.

5일 서울 서교동 K-바둑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결승전은 전신(戰神) 조훈현의 날렵한 전투 솜씨가 돋보이는 바둑으로 깔끔하게 승부가 결정됐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앞서나가던 왕위팀은 결국 마지막 승부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우승상금 8000만원을 차지한 국수팀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단합이 잘됐고 팀 구성이 좋았다”며 같은 팀원들에게 우승 공로를 돌리는 조훈현, 이번 승부를 위해 사흘간 인터넷에서 800판을 두었다는 김기헌, “프로 데뷔 42년 만의 우승이다.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양상국 9단의 모습에서 함께하는 우승이기에 더 값지다는 것이 느껴졌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