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 넘은 저축銀 수사…정·관계 본격 정조준
입력 2012-07-11 01:24
검찰이 10일 현직 대통령의 친형을 구속시키면서 저축은행 로비 수사는 큰 고비를 넘겼다. 검찰은 불법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동시에 수사선상에 오른 나머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다음 수순은=검찰 관계자는 지난 3일 이상득 전 의원 소환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은 굉장히 큰 산”이라고 말했다. 구속영장 청구 전날에는 “산을 파다가 바위가 나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큰 산’이라던 이 전 의원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 검찰은 다음 수순으로 그가 받은 자금의 용처 추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거 지원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진술, 금품수수 시기가 2007년 대선 직전이라는 점 등을 볼 때 이 돈이 대선 캠프 운영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속전속결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혀내 수사를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공범’으로 적시한 정두언 의원의 영장 발부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에게 3억원을 받을 때 동석했으며, 그 돈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별도로 임 회장 돈 1억여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법원이 이 의원이 수수한 3억원 부분에 대해 범죄 소명이 된다고 판단한 만큼 정 의원의 공범 관계만 입증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저의 부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임 회장과 이 전 의원 등의 진술에 근거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며 “단 한푼도 받은 바 없음에도 알선수재의 공범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모순투성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만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조사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임 회장에게서 “박 원내대표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황증거나 물증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곤욕 치른 ‘상왕’=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하다가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던진 계란에 맞고 넥타이를 잡히는 곤욕을 치렀다.
이 전 의원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내자 저축은행 피해자 20여명이 그를 에워싸고 고함을 질렀다. 순간 김옥주(51·여)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장이 달려들더니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잡아채 흔들며 “내 돈 내놔라”하고 소리쳤다. 일부 피해자들이 던진 날계란이 깨지면서 이 전 의원 정장 상하의에 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피땀 흘려 모은 돈 훔쳐간 도둑놈을 구속하라”고 외쳤고 일부는 오열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방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힘겹게 법정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 전 의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변호인에게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의원은 피해자들의 거센 항의를 의식한 듯 2시간 정도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법정 내부로 연결된 체포 피의자용 출입문을 통해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 위원장 등 2명을 폭행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