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등 ‘참나무시들음병’ 확산 비상… 북한산·수락산 등 서울서만 6만8000여그루 피해 입어

입력 2012-07-10 22:18


서울 남산 북사면 쪽 신갈나무 군락지를 10일 오후 둘러봤다. 신록들 사이로 말라죽은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수령 30∼40년은 돼 보이는 이들 나무의 잎은 마르고 붉게 변해 흉물스러웠다. 아직 죽지 않은 나무들은 밑동부터 약 2m 높이까지 해충의 공격을 막기 위한 노란색 끈끈이롤트랩(비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옥정(52) 주무관은 “매개충은 주로 큰 나무들의 밑동을 공격하지만 요즘은 개체수가 많아져 작은 나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산 북한산 등 수도권 일대 산을 중심으로 ‘참나무시들음병’이 확산돼 서울시가 긴급 방제에 나서는 등 산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산 일대가 4만1005그루로 피해가 가장 컸다. 남산 7650그루, 용마산 4226그루, 수락산·불암산 3044그루, 대모산 2303그루 등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였던 참나무시들음병이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5만2988그루, 올해 추가 확인된 1만5108그루를 포함해 총 6만8096그루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참나무시들음병은 참나무류에 ‘광릉긴나무좀’이라는 작은 매개충이 파고들어가 곰팡이(라펠리아)를 퍼뜨리고 나무 안에서 번식한 곰팡이가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차단시켜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참나무류 중 신갈나무와 갈참나무에 주로 발생한다. 남산의 경우 공원 면적의 290ha 중 27.5%(약 80ha)가 참나무림이다. 특히 참나무시들음병에 걸리기 쉬운 신갈나무 군락지(36ha)에서 최근 병의 확산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남산의 피해가 커 이 지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참나무시들음병의 확산은 매개충에 대한 천적이 딱히 없는 데다 최근의 이상 기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김경희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가뭄에 의한 건조한 날씨로 나무들이 ‘수분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매개충들이 점차 나무 상부를 공격해 단위 면적당 피해가 커지고 고사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