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가뭄 여파 곡물가 폭등… ‘애그플레이션 공포’
입력 2012-07-10 21:00
최근 미국 등 전 세계 이상고온과 가뭄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곡물가격은 6월 하순부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기준 지난 5일 현재 밀, 옥수수, 대두의 선물가격은 t당 각각 302달러, 302달러, 598달러로 가격 안정세를 보였던 전년 동기보다 23.0%, 12.3%, 19.1% 상승한 상태다. 이달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매일 t당 10달러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7월 초 곡물가격은 실제 애그플레이션이 있었던 2007∼2008년 평균 가격보다 밀은 9%, 옥수수는 58%, 대두는 56%나 상승해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시발점은 미국의 이상고온과 가뭄이다. 미국은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16.7%를 차지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곡물 생산국이다. 미국 외에 브라질과 러시아의 작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 곡물가격 폭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 마련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제 곡물 관측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민간 기업의 합작으로 미국에 aT그레인컴퍼니를 설립, 해외곡물조달사업에 착수했지만 현재는 물량 확보에 앞서 시스템 구축 수준에 그치는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목표를 92만t으로 잡았지만 현재까지 해외곡물조달사업으로 확보된 물량은 전무한 상태다.
농협경제연구소 박재홍 부연구위원은 “국내 곡물의 생산기반 확대 등 곡물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실효성 있는 민관 합작의 해외 곡물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 둔화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8%로 전망하고 있는 정부도 물가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3∼6개월 뒤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REI 농업관측센터는 “현재의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수입 곡물 관련 상품의 국내 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곡물가격 관계자는 “곡물가격은 농산물과 식료품 등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