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우성규] 한전이 ‘할리우드 액션’ 논란 피하려면…

입력 2012-07-10 19:20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이번에는 ‘준법론’을 들고나왔다. 전날 평균 10.7%의 인상안을 제시한 뒤 정부로부터 거부 의사를 통지받고 난 뒤의 재반박이다.

한전 이기표 비상임이사는 10일 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 전기사업법과 시행령 등에 따라 전기요금 약관 개정을 제안했다”면서 “이사회가 법에 근거해 요금 인상을 의결한 게 불편하다면 정부 스스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부문별 인상 계획도 공개했다. 산업용 12.6% 일반용 10.3% 농사용 6.4% 교육용 3.9% 등이다.

이 이사의 호소는 맞는 말이다. 값싼 전기요금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걸림돌이며 한전 적자 누적이 미래세대의 부채라는 지적도 옳다.

하지만 이사회의 행동은 ‘할리우드 액션’으로 오해받는다. 인상안은 관계부처 논의와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정부의 벽을 넘기 힘들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지난 4월에도 13.1% 인상안을 냈으나 반려됐다.

최근 2년간 전기요금은 2010년 8월 3.5%, 2011년 8월 4.9%, 12월 4.5% 등 세 번 올랐다. 2011년 8월까지는 한전 이사회의 의결안이 그대로 정부에 받아들여져 최종안으로 확정됐다. 한전과 정부가 조율과정을 거쳐 ‘준법론’을 굳이 들고나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인상분부터 한전 이사회의 두 자릿수 인상안이 먼저 나오면 정부가 거부를 거듭하는 ‘핑퐁게임’이 반복되고 있다.

배경에는 지난해 8월 한전 소액주주들이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전기료를 올리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이 있다. 한전으로서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논란을 피하려면 한전이 보다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한전 내 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들, 용도별로 나눈 한국만의 요금제도 등 누수 요인을 고치지 않고선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다. 이날 한전의 주가는 별 변화가 없었다. 한전의 인상안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시장이 먼저 알고 있다.

우성규 산업부 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