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된 활터 전주 ‘천양정’을 아시나요… 매년 각종 궁도대회 열려
입력 2012-07-10 19:16
“명중이요!”
시위를 떠난 화살이 145m 앞의 과녁에 꽂히자 지켜보던 동자(童子)가 깃발로 원모양을 그리며 크게 외친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궁사는 다시 활을 뽑아 시위를 잡아당긴다. 10여년 전 전북 전주 천양정(穿楊亭)의 모습이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활터 천양정이 올해로 설립 300주년을 맞았다. 천양정은 조선 숙종 38년(1712) 전주시 중화산동 다가산 기슭에 지어졌다. 9년 뒤 인근 전주천의 홍수로 정자가 떠내려가자 이듬해 다시 세워졌고, 순조 30년(1830)에 재건축됐다. 당시에는 전주성의 서문 밖이었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도심의 활터’가 됐다.
이 곳은 나라를 잃은 아픔을 되새기고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려는 전주지역 유지들의 뜻이 서려 있다. 애초 다가산에는 군자정·다가정·음양정 등 정자 3개와 활터 3개가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압력으로 모두 폐쇄됐다. 일제는 우리나라 전통 무예를 말살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가산 정상에 신사(神社)까지 지었다. 이에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세 활터를 합쳐 1918년 천양정을 다시 설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천양(穿楊)이란 버들잎을 화살로 꿰뚫었다는 말로 조선조 태조 이성계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천양정은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돼 있다.
1만여㎡ 부지에 자리 잡은 이 곳에는 지금도 하루 50여명이 나와 심신을 단련하고 궁 솜씨를 겨루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명중 여부를 판가름해주던 동자를 이제 컴퓨터가 대신했다.
해마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궁도대회와 전국남녀궁도대회 등 각종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전국 350곳의 활터에서 열리는 궁도대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7∼9일 3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제51회 천양정 전국남녀궁도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2099명의 궁사가 몰려 그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단법인 천양정 대표인 김연길 사장(射長)은 “천양정은 조선시대 선비와 궁도인의 정신을 가장 잘 이어가는 유서 깊은 곳”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전통을 잘 간직하고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