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도 안한 휴대폰 쓰다가… 외국인근로자 요금 폭탄

입력 2012-07-10 19:13

지난해 12월 한국에 도착한 인도네시아 근로자 구나완(28)씨는 입국한 지 1주일 만에 신청하지도 않은 휴대전화를 택배로 받았다. 고향 가족의 안부가 궁금했던 그는 별 생각 없이 전화기를 사용했다. 다음 달 요금 청구서를 받은 그는 깜짝 놀랐다. 요금이 30만원을 넘었다. 월급 150만원을 받는 그는 하소연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입국한 뒤 구입하지도 않은 휴대전화를 받는 사례가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 및 브로커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나완씨는 10일 “한국에 입국해 외국인등록카드(ID)를 발급받기도 전에 휴대전화가 도착했고 이미 개통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ID 없이 국내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 2월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인 부디(35)씨도 “한국에 오자마자 신청하지 않은 삼성 보급형 스마트폰과 농협통장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노동부 송출국 교육에서 한국인 강사로부터 “한국에 가면 무조건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한국인 강사는 “(휴대전화를) 신청하지 않으면 귀국 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위협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출국인 인도네시아 정부 명의로 이들이 근무하는 국내 회사 대표에게도 협조공문을 보내 휴대전화 개설을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문에는 “대한민국 정부의 협조 아래 휴대전화 개통 및 통장개설을 위해 ID 신청이 필요하다. 협조해 달라”고 명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협조 아래 휴대전화를 개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휴대전화 구입 여부는 외국인 근로자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도 “외국인의 경우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휴대전화가 개통된다”며 “이들에게 휴대전화를 강매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대량으로 처분하려는 국내 판매업자들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개인 신상정보를 빼돌리는 브로커 등과 짜고 휴대전화를 강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