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연예기획사 포함 40여개 기업 역외탈세 추적
입력 2012-07-10 19:12
해운회사 사주 최모씨는 조세피난처인 라이베리아에 해운회사 법인을 설립한 뒤 회사를 정리했다. 선박 판매대금 등 회사를 정리하며 얻은 1700여억원은 스위스와 홍콩 등 해외계좌에 은닉했다. 고령이었던 최씨는 사망 직전 계좌에 숨겨둔 돈을 현금화해 가족에게 물려줬지만 국세청의 법망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세청은 올해 초 상속인들을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고 1515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국제거래로 탈세한 대기업, 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린 중견기업 등 40여개 업체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 중에는 외국 공연과 연예인의 외국 드라마 출연 등으로 번 소득을 탈세한 연예기획사 등도 포함돼 있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역외 탈세는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고도의 지능화된 반사회적 행위”라며 “하반기에 역외 탈세 추적 강화와 반사회적 민생침해 탈세자 근절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 탈세조사에서 9637억원을, 올 상반기에는 4897억원을 추징했다. 특히 스위스와 이달 말 금융정보 교환을 위한 행정절차가 완료되면 역외 탈세 추적을 위한 국제공조체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채나 학원사업자 등 불법·폭리행위로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다. 실제 상반기에만 사채 등 민생침해 탈세자 105명을 적발해 2114억원을 추징하는 등 경기불황을 틈탄 민생침해 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사채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김모씨의 경우 상장회사 대주주에게서 무려 연 1460%의 살인적인 고리이자를 갈취했다. 유상증자 대금을 빌려준 뒤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방법을 썼다. 부동산 계약 등을 위해 단기 자금이 필요했던 사업자에게는 하루∼수일짜리 초단기 자금을 대여한 뒤 연 73%의 고리를 받았고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에는 연 730%까지 고리 이자를 받아 챙기다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회원들이 입금한 상조 부금 302억원을 빼돌린 유명 상조법인이나 농어촌 지역 노인들에게 선심성 공짜 관광을 시켜주면서 건강보조식품을 고가로 판매한 뒤 탈세한 사업자들도 적발됐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지난 9일 전국조사국장회의를 열고 “역외 탈세와 반사회적 민생침해 탈세를 근절하고 대기업의 세무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하반기 역점과제”라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