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링허우 세대’ 자유 눈뜨다

입력 2012-07-10 19:31

“고향을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을 각오했다. 우리는 주링허우(九零後)다.”

이달 초 중국 쓰촨(四川)성 스팡시에서 일어난 합금공장 건설 반대 시위에서 학생들이 내건 구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스팡 시위를 계기로 ‘주링허우(9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가 중국사회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공동체의 일은 도외시할 것 같은 젊은이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스팡의 학생들이 주링허우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을 변화시켰다”는 블로거 한한의 말을 소개하며,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중국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링허우의 존재감은 실제로 중국 정부당국도 긴장시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5일과 6일 연이어 스팡 시위를 사설로 다루며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을 ‘홍위병’에 비유했다. 신문은 이들이 사회에 관심을 두는 대신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고 타이르면서 당국에는 법에 따른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시위현장에서도 행동으로 앞장서기 시작한 주링허우 세대는 이미 인터넷 공간의 투사들이기도 하다. 만리장성에 빗대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하는 공안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시골마을 시위현장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도 19세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진실을 알고 싶고,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우리 모두 같다”고 밝혔다.

주링허우 세대는 과거 일본의 신인류(70년대 이후 출생해 대중문화에 익숙한 세대)처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88만원 세대처럼 애처로운 처지에 있다.

두 자릿수 경제성장기에 중산층 기성세대로 편입되기 시작한 ‘바링허우(八零後·8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와는 상황이 다르다. 주링허우 세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700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경기 둔화로 당장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엄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양위량(楊玉良) 총장은 지난달 26일 졸업식 연설에서 “어둡고 힘든 환경에 있더라도 무기력하게 사회를 저주하고 불평하지 말고 어둠 속의 촛불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링허우 세대가 과연 중국 사회에 촛불을 밝힐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