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제 천주교애국회 떠난다” 선언… 中 마다친 주교 의문의 잠적
입력 2012-07-11 01:27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천주교애국회를 떠나겠다고 공개 선언했던 상하이(上海) 교구의 마다친(馬達欽·44·사진) 보좌 주교가 지난 7일 이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로마 교황청은 천주교와 선의를 갖고 대화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또 교황의 승인 없이 새 보좌 주교를 임명하는 등의 조치를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하이 교구의 신부들과 수녀들은 9일 밤 마 보좌 주교로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탈진한 상태”라면서 “휴식과 개인적인 피정(避靜·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해 자신을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힌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뿐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가톨릭 뉴스 사이트 유시에이뉴스닷컴(ucanews.com)이 전했다.
마 보좌 주교는 지난 7일 상하이 성 이그나시우스 성당에서 열린 서품식에서 “나는 교황청이 임명한 보좌 주교이지 천주교애국회가 임명한 부교구장 주교가 아니다”면서 전국 천주교애국회 상무위원과 상하이 천주교애국회 부주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마 주교가 폭탄선언을 하자 서품식에 참석했던 신도 1000여명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했다. 당시 현장에는 중국 국가종교국 관리들도 여러 명 나와 있었다.
마 보좌 주교는 이후 8일 열린 미사를 집전하지 않았다. 성당 주변에는 경찰 100여명이 주말 내내 배치됐다고 성당의 한 직원이 전했다. 일부 네티즌은 상하이 교우의 말을 인용해 “마 보좌 주교는 현재 커다란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주교로서의 직무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서품식 이후 마 주교를 데려갔다고 보도했다. 유시에이뉴스닷컴은 마 주교가 상하이 부근 서산 수도원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애국회 대변인은 “현재 상황을 조사 중이라 아직 판단을 내리긴 이르다”고만 말했다.
천주교애국회는 1950년대 중국 정부가 천주교회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중국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천주교애국회 산하 교회에서만 미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교황청은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서한을 통해 천주교애국회는 가톨릭 교리와 양립될 수 없다고 선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